일 년중 극장가의 최대 성수기인 연말 연시가 다가온다.
보통 이맘때면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에 밀려 '우리집 남의 잔치'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올초부터 불어온 한국영화 열풍에 힘 입은 듯, 한국영화들이 대거 이 '잔치'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오는 11일 개봉되는 '해피 엔드'와 '세기말'을 신호탄으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박하사탕''행복한 장의사''주노명 베이커리''정''춘향뎐''반칙왕''구멍''신혼여행'등 10여편이 잇따라 개봉된다.
임권택 배창호 등 중견감독과 이창동 박헌수 송능한 등 기성감독에다 나홍균 김국형 등 신인감독까지 가세해 올 연말연시 극장가는 풍성한 한국영화의 잔치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성기 최민수 황신혜 정선경 전도연 이미연 임창정 김창완 등 국내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최대 화제작은 단연 대구 출신 이창동감독의 '박하사탕'. 개봉을 내년 1월 1일 0시로 잡아 '새로운 천년의 새로운 영화'라는 의미를 부각시킬 계획. '박하사탕'은 완전히 바스라져 버린 한 인간이 첫사랑의 꿈을 찾는 이야기다.
시간을 거슬러 가며 한 인간과 울퉁불퉁했던 한국 현대사를 엮어가는 솜씨며, 차분하게 풀어가는 절제력과 스크린에 묻어나는 메시지 등 감독의 연출력이 압권이다. 신인 연기자 설경구의 '신들린 듯한' 연기도 일품.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임권택감독의 '춘향뎐'도 혁신적 영화. 조상현씨의 판소리 춘향가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종의 '춘향전 뮤직 비디오'. 영상과 사운드를 한데 얽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배창호감독의 '정'은 1910년대부터 40년대까지 한 여인의 삶을 따라잡으며, 한국인의 '정'에 대해 얘기한다. 이미 해외에서 소개돼 호평을 받았으며 베노데 국제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주노명 베이커리'(감독 박헌수)와 '행복한 장의사'(감독 장문일)는 코믹하고 따뜻한 삶의 얘기를 풀어놓고, '세기말'(감독 송능한)과 '구멍'(감독 김국형)은 현대인의 고독과 허무를 진득하게 담았으며,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감독 김태용, 민규동)은 공포, '신혼여행'(감독 나홍균)은 스릴러, 코미디, 미스터리를 엮었다. 또 '해피엔드'(감독 정지우)는 전도연의 도발적인 섹스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치정극이다. 리얼리즘에 공포, 멜로, 고전물 등 장르까지 다양해 새로운 천년 한국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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