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등단해 자유시 동인으로 함께 활동한 중견 시인 이태수.이동순씨의 신작시집이 나란히 나왔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이태수씨의 '내 마음의 풍란'과 창작과 비평사에서 낸 이동순씨의 '가시연꽃'. 두 시인 모두 8번째 시집이다.
'내 마음의 풍란'은 맑고 밝은 세상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속마음, 그 흔적들이 담긴 시집. 감출 수 없는 일상의 비애와 존재의 슬픔을 맑고 부드러운 시어로 노래해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삶의 무게와 황량함으로 인해 아픈 가슴을 시로 풀어낸다.
'새야, 너는 길 없는 길을 가져서 부럽다./길을 내거나 아스팔트를 깔지 않아도 되고/가다가 서다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길 위에서 길을 잃고, 길이 있어도/갈 수 없는 길이 너무 많은 길 위에서/새야, 나는 철없이 꿈길을 가는 아이처럼/옥빛 허공 깊숙이 날아오르는 네가 부럽다'('새에게')
시인에게 있어 일상은 '길'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어디로든 뚫려 있으면서도 앞을 가로막는 '갇힘'이다. 시인은 갈 수 없는 길이 너무 많은 세상을 되돌아보고 마음 졸인다. 때로 길 없는 길로 인해 망설이고. 하지만 시인이 주목한 새는 길 위에서 주저하지 않고 자유롭다. 그래서 시인은 새를 통해 삶의 '열림'을 꿈꾼다. 혹여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찾아나선다. '갇힘'이기보다 '자유'인 세상, 시인이 마음에 담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눈부신 자연속에서 고뇌로 차갑던 시인의 마음도 따뜻하게 풀어진다.
'나뭇잎 사이로 뛰어내리는/햇살을 끌어안는다. 늦은 오후,/산을 오르다가 아득해져 길을 버린다./길 없는 길을 더듬으며, 풀 내음 속으로/빨려들어간다. 무거움 마음 밀어내고/허물 벗듯이 시름들도 풀어내린다'('늦은 오후, 산길에서'중)
시인은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헤매는 중에도 주변을 돌아보거나 아예 스스로 길이 된다.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고 경계마저 사라진 경지. '갇힘'이나 '시름'마저 밝은 햇살이나 풀 내음 속으로 스며드는 그런 시간을 희망한다.
시인 이동순씨는 '가시연꽃'에서 우리가 덧없이 떠나보내고 놓쳐 버린 것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다. 쉽고 솔직한 시어로 어느 한군데 까다롭지 않은 그의 시는 어느 먼 곳의 막막한 그리움이 아닌 내 몸과 가까운 생명들과 줄이 닿아 있다.
'내가 기운차게/산길을 걸어가는 동안/저녁밥을 기다리던/수백개의 거미줄이 나도 모르게 부서졌고/때마침 오솔길을 횡단해가던/작은 개미와/메뚜기 투구벌레의 어린것들은/내 구둣발 밑에서 죽어갔다/('내가 몰랐던 길'중)
시인은 지상의 모든 작은 생명에도 소중함의 눈길을 보낸다. 생명을 찾아가는 시인의 지혜는 자연에 대한 경이 뿐만 아니라 연민과 공감, 나아가 사랑을 동반한다. 그 결과 시인은 작은 생명과 사물, 이런 아주 가까운 것에서 우주와 생명의 원리를 관통하는 진리를 경험한다. 생활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소중한 이치를 찾아내고, 증명해내는 시인의 마음은 비 젖는 숲의 싱싱한 생기처럼 맑고 깨끗하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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