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르드성지에 머무르시던 Q수녀님이 돌아오셨다고 전화를 주셨다. 잘 지내셨느냐는 나의 안부인사에 "세계 각국 사람들이 매일 끊임없이 찾아오는 그곳에서 처음에는 언어문제로 걱정이 많았으나 나중에는 모두들 각자 자기나라 말로 묻고 나는 한국말로 대답했는데도 뜻이 잘 통했다"고 하셨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무어라고 물으면 수녀님은 웃으시며 한국말로 "나처럼 예쁘게 생긴 성모님을 찾으시는게 분명하죠?"하면서 성모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면 바로 여기를 찾고 있었노라며 모두들 기뻐하더라는 것이었다.
오래전 필자가 독일의 부퍼탈에서 공부할 때 한 한국 할머니가 딸집을 방문하러 오신 적이 있었다. 독일 사회 역시 부부 모두 직장을 갖고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할머니는 딸부부가 출근한뒤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이른 아침 혼자서 산책을 하시거나 화단을 돌보시기도 하고, 집앞을 쓸기도 하셨다. 그러다 늘 같은 산책길에서 한 독일 할아버지랑 자주 마주치게 되자 인사를 하고 서로의 집에 초대도 하고 요리를 만들어서 나누어 드시기도 했다.분명 할머니는 독일말을 한마디도 못하시고 독일 할아버지 역시 한국말을 전혀 못하시는데도 두 분은 각자의 말로 무슨 얘기를 나누고 배를 잡고 웃으시며 손뼉을 치시며 즐거워 하셨다. 할머니를 아는 몇몇 사람들이 재미있게 생각하고 뜻이 통하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 말씀을 다 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단지 입으로의 언어가 아니라 진실한 가슴으로, 느낌으로, 눈빛으로,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온통 희한한 말의 잔치를 보고 들으며 모두들 고소를 금치 못했다. 왜, 같은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인데도 도무지 뜻도 모르겠고, 복잡하고, 그토록 다른 언어로 들리는지....
진실한 가슴을 무시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화려한 주연으로 등장하여 거짓에 가득한 연기를 한 뒤 결국 비극으로 막이 내려지는, 씁쓰레한 한 판 연극이었다. 유분순.한국무용치료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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