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는 종교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회는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를 가질 경우 먼저 그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야기함으로써 우리는 그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비록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더라도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최소한 그 문제가 더 심각하게 악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종교의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채 오히려 은폐되어 있는 감이 없지 않다. MBC방송국 습격사건, 종교연구가에 대한 폭탄테러 살해사건, 서울 약현성당과 사찰건물에 대한 방화 등의 큰 사건으로부터 종말에 대한 허구에 찬 설교를 믿고 전 재산을 바쳐 가정을 망치는 개인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건이 보도되었지만 우리는 이를 논의하기 보다는 잠시 보도한 다음 외면하고 침묵을 지킨 감이 없지 않다.
종교가 일으키는 사회적 물의는 물론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는 보도를 통해 일본 북미 남미 등 세계 도처에서 폭력 살인 자살 등의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 이전과 이후의 삶의 모습이 달라진 것을 경계로 해서 신흥종교 또는 사교(邪敎)의 모습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60년대 이전이 소박한 형태의 사교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지능적으로 부를 축적하려는 사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모든 종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종교를 믿건 안 믿건 우리가 가져야 할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은 다른 종교에 대한 적대감을 갖지 않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한 종교가 사회로부터 적대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대해서나 남에게 대해서거나 간에 범죄적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의 종교에서 그러한 윤리가 지켜지고 있는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종교집단을 인도하고 있는 중심적 인물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들의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다. 최소한 부정적인 방법으로 축재를 한다거나 신도들을 속여 돈을 모아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정당한 방법에 의해서 모여진 헌금과 기부금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바르게 쓰여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장해줄 사회적 장치에 대해 우리는 논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종교단체로부터 마이너스 세금을 걷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사찰이건 성당.교회이건 간에 연간 수입을 세무서에 보고해야 한다. 물론 정직하지 않게 보고하면 세법에 의해 견책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세무당국은 보고받은 연간 수입과 지출의 차이에 대해 수입이 많을 경우 세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마이너스 0.1%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천만원의 수입이 있었다고 한다면 1만원의 마이너스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에서 되레 1만원의 돈을 주는 것이다. 세율이 부담이 되면 누진세를 적용해서 수입이 1억원을 넘으면 5만원 정도의 마이너스 세금을 부과하여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금 부과제도의 목적은 종교단체의 재정적 상황을 밝히자는 데 있다. 우선 그곳에 금전상의 부정이 있는지 없는지를 밝혀야 한다. 수입과 지출이 밝혀져야만 절이나 성당.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가 정직한 단체임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수입과 지출을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회사는 세금을 내고도 처벌을 받는데 세금을 되레 돌려받은 단체가 처벌받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엄동설한에 들어선다. 종교야말로 점점 더 옥죄어 오는 자본횡포의 시대에 자신만은 자본주의로부터 초연함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부유해지기 보다는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리들의 생각을 말로만 외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종교로 하여금 그렇게 실천을 하게끔 유도하는 법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서울대 교수.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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