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땀과사랑-달리는 사랑의 열차의 선행

"부모가 모두 가출한 뒤 실명한 할머니와 9세 동생 등 셋이 단칸 셋방에서 사는 중학생 자람(가명)이, 임파선암.간암을 번갈아 앓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빚을 떠안은 초롱(가명.고2)이…. 이들은 우리 모두가 도와야 할 이웃입니다"

한사람이 한달에 2천원씩 내 모은 돈으로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을 도우는 보통 사람들의 모임 '달리는 사랑의 열차'. '선(善)을 베풀 힘이 있거든 아끼지 말라'는 성경구절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열차가 처음 기적소리를 울린 것은 지난 87년 4월. 교회에 나가는 포철직원 7명이 뜻을 모아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자며 모인 것이 시초였다. 초.중.고교생을 막론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 이들이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겠다는데 목표를 뒀다. 지금까지 이 모임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은 무려 70여명.

그러나 IMF한파 이후 당초 6, 7명이었던 장학생수를 10명으로 늘렸다. '고통도 나누면 반으로 준다'며 회원도 늘어 이제는 종교와 직업의 구별없는 포항시민 250명이 열차의 동승객(同乘客)이 됐다.

게다가 요즘에는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집으로 찾아다니며 병수발을 해주거나 가사를 거들어주는 회원들도 많아, 머지않아 장학생 가족과 회원간 1대1 결연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모임 회원들은 또 최근에는 장학생 및 그 가족들과 함께 경주 나자렛원을 방문, 각자의 특기를 살려 무의탁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등 봉사활동을 벌여 도움을 받는데 익숙한 이들에게 '베푸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기관사를 자처하며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포항제철소 전기수리과 김호국(37)씨는 "주변에 어려운 학생들이 있는 한 우리의 열차는 종착역 없이 달릴 것"이라며 "사랑을 나누다보면 돕는 사람들의 생활도 윤택해질 것"이라고 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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