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면도로 주차전쟁 언제까지 놔 둘 것인가

주택가 주차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웃간 말싸움이나 폭력사태 빈도도 높아지고 있으나 행정당국은 민원을 우려,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팔짱만 낀채 주택가 이면도로의 '주차 전쟁'을 방치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지난해 신천동로가 개통되면서 도로 개통이전 활용되던 주차공간이 없어져 북구 대현동, 동구 신천동 등 신천에 인접한 주택가의 주차공간이 좁아지는가 하면 수성구 상동 등 시내 곳곳에 원룸형 주택이 들어서면서 최소한의 주차공간만 확보하고 있어 '주차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오후 3시쯤 대구시 동구 신암5동 주택가 이면도로에는 자기집 앞에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폐타이어, 물통, 화분, 임의로 만든 주차금지표지판 등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40대 남자가 '적치물'을 치우고 승용차를 주택 담장 옆에 주차시키려던 중 집 주인이 나와 몇분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다른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일방통행로인 북구 대현2동 주택가에도 8m 도로의 양측에 주차된 차량과 도로변 상가에서 놓아둔 각종 적치물로 차량 통행이 어려워 학원승합차운전자가 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해 쩔쩔매다 경음기를 울린 뒤에야 한 식당 주인이 적치물을 치우기도 했다.

최근 원룸건물이 잇따라 조성된 수성구 상동의 경우 건축면적 기준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토록 돼 있는 주차장법에 따라 주차가능 대수가 2~3대뿐인 원룸 주택에 6~10가구가 입주, 주차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9월말 현재 대구시내 등록차량은 63만7천300여대이나 주차면수는 40만500여대(주차장확보율 62%)에 불과, 23만7천여대는 주차공간이 없어 불법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주차공간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외부차량을 통제하거나 마구잡이 주차로 이웃끼리 다툼이 잇따르는 등 대구지역 경찰서, 구청 등에는 폭력,차량 파손, 불법주차 신고 등 주차문제로 인한 민원이나 제보가 하루 10~20여건에 이른다.

주차문제와 관련, 대구시는 지난 97년 거주자 우선주차제 등을 검토했으나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유보했으며 내년에도 공용주차장 조성 계획이 없는 등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일부 지역에 거주자우선주차제, 지정주차제를 시범운영하거나 불법 적치물 단속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박용진(계명대 교통공학)교수는 "당국이 시민들의 반발 여론을 의식해 주차난 해결을 위한 정책을 구상하면서도 시행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지정주차제를 비롯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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