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고교 기말시험 문제 대부분 기출 학원문제 활용

중.고교에서 치러지는 시험의 상당 부분이 기출문제이거나 참고서 등에서 베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학원들은 '족집게'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이는 곧 사교육비 증가와 교실붕괴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10일을 전후해 2학기말 시험을 끝낸 중고생들은 '다시 한번 학원수강의 위력을 절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시험 전 학원에서 나눠준 예상문제지에서 상당 부분이 출제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대구 모중학교 과학시험에서는 물상 부분 15문제 가운데 10문제가 인근 학원이 전날 배포한 예상문제지에서 그대로 출제돼 9일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학원들이 '족집게'가 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몇년 동안의 해당 학교 기출문제와 참고서만 모아두면 그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시험소동과 관련된 학원 원장은 "주위에서 문제유출 의혹을 제기하는데 이는 실정을 모르는 음해"라며 지난 3년 동안의 기출문제와 참고서를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교사들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수업과 교과연구 외에 크고작은 잡무에 시달리다 보면 새로운 유형의 문제 출제는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한 고교 수학교사는 "기출문제나 참고서에 나오는 숫자를 바꾸는 정도면 가장 열심히 하는 축에 든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시험을 조금만 어렵게 내도 평균 성적이 뚝 떨어질 정도로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가 사라진 것도 교사들의 고민이다.

학교 내신성적이 고교와 대학 진학의 중요한 요소가 됐지만 시험을 둘러싼 이같은 현상은 결국 학생들의 학원수강과 학교수업 외면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교육청 단위에서 일괄 문제를 출제해 시험을 치르거나 문제은행 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ㄱ고 한 교사는 "시험문제 베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교육청에서 시험문제를 만들면 오히려 지역 중고생들의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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