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 교황청내 시스틴 성당은 역대 교황들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르네상스 양식의 프레스코로도 유명하다. 지난 20여년간 순차적으로 해왔던 복원작업이 새로운 세기와 새로운 천년을 불과 보름여 남짓 남겨둔 지금 막 끝났다. 불후의 미켈란젤로 벽화 '최후의 심판'도 말끔히 제 모습을 찾아 앞으로 100년은 거뜬히 선명한 색채를 유지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미켈란젤로라면 고독한 천재의 전형이다. 그는 인간을 신을 닮은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했다. 조각, 회화, 건축, 심지어 시인으로 많은 소네트도 남겼다. 대리석 채석장을 돌며 돌을 직접 골랐던 일화들은 유명하다. 건축은 인간 신체의 유기적 성격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생명력을 지닌다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희망과 절망 사이를 방황하며 강렬한 개성을 작품에 담은 것일까. 어떤 종교에서든 최후의 심판이란 개념은 뚜렷하고 장엄하다. 그때문에 예로부터 문학이나 음악, 그림 등의 소재로 많이 다뤄진다. 로마네스크 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화나 모자이크, 프레스코의 소재로 많이 다룬 것이다. 시스틴성당의 벽화 '최후의 만찬'도 비록 미켈란젤로가 말년에 점점 종교에 귀의하면서 스스로 자책하며 마치 자신을 고백하는 최후의 심판인양 그렸다고 한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이 그림을 그리기전 엉뚱하게도 정쟁에 휘말려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로마로 이주해 왔고 시스틴 성당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때는 독일이 종교개혁의 위기를 겪고 있었고 로마는 프랑스, 스페인과의 전쟁에 말려 참혹한 약탈의 대상이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최후의 심판'은 더욱 음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전체를 감싼다. 죄를 빌고 고통과 공포에 떠는 인간들의 모습은 차마 형언키 어렵다. 세기말의 어렵고 힘든 지금 이 벽화가 주는 의미는 감동적이다. 거짓과 위선, 타락과 온갖 투기 등으로 심판 받을 일들이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훨씬 감동적이다. 새로운 세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미켈란젤로의 벽화 '최후의 심판'을 통해 새롭게 음미해보는 오늘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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