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中 이색 외교의전 스케치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 대중문화배우기'에 나섰다.

방한중인 탕 부장은 11일 경기도 이천을 방문,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투숙중인 미란다 호텔 대중탕에서 목욕을 즐긴 뒤 인근 식당에서 한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외국을 공식 방문한 외무장관이 상대국 장관과 함께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대중탕에서 온천을 즐긴 것은 외교의전상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탕 장관은 이천으로 가는 도중에는 광주요(廣州窯)에 들러 아직 굽지 않은 접시에 붓으로 '성(誠)'자를 크게 써 이번 방한에 임하는 자세를 엿보게 했다. 광주요는 이 접시에 유약을 발라 구운 뒤 탕 장관에 선물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이 1박2일, 19시간30분동안 동행하면서 알몸으로 온천욕까지 즐긴 파격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직접 접해보고 싶다"는 탕 부장의 희망에 따른 것이었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탕 부장은 16인승 버스를 이용, 이천으로 이동하던중 함께 탄 홍 장관에게 "이천에 온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온천탕을 가보고 싶다"고 운을 뗐다.

홍 장관이 "이천에는 대중탕밖에 없다"고 설명했으나 탕 부장은 "괜찮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생활모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같다"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근무, 온천욕에 익숙한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의 목욕문화를 비교해 보고 싶다"고 말했으며 한발 더 나아가 "기왕이면 저녁식사도 한국의 토속적인 대중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중국 4명, 한국 3명의 대표단과 함께 약 1시간동안 온천욕을 즐기면서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이들은 호텔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다소 혼잡한 목욕탕안으로 들어갔으나 탕안에 있던 약 200여명의 일반인들 대부분은 이들이 누구인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탕 부장은 목욕이 끝난 뒤 "사람이 너무 많아 불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주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양국 장관은 또 인근 식당에서 갈비와 된장찌개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탕부장은 특히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었다고 한 참석자는 밝혔다.

두 장관은 또 중국측이 준비해온 마오타이로 여러 잔을 건배하면서 우의를 과시했다.

이들은 12일 아침에는 약 50분동안 인근 설봉산을 산책하면서 자유스러운 분위기속에서 양국 현안과 사적인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두 장관이 이번에 시범을 보인 '온천 외교'는 갈수록 깊어지는 양국간 '우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인 동시에 외교의전의 새로운 형식을 창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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