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고서 유출 누구말이 진실일까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최종판단만 남겨놓게 됐다.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사직동팀 관계자 5명을 한데 모아놓고 대질조사를 벌였던 12일 보고서 유출의 장본인이 가려질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이 나돌기도 했으나 결과는 양쪽의 진술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쪽이 진술을 번복하는 상황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명백한 물증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수사팀의 심증은 상당 부분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사 관계자는 "심증을 노출시킬 수 없다"고 말해 한쪽에 의심을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보고서를 입수한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에 대한 마지막 추궁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앞으로 며칠안에 어떤 형태로든 결판이 날 분위기다.

이날 조사에서 박 전비서관은 사직동팀장인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조사과장(총경)으로부터 구두보고를 받았지만 문서는 결코 받은 적이 없다는 기존 진술을 되풀이했다.

"최초보고서 문건들을 본 적도 없는데 김 전총장에게 유출할 수가 있느냐"며 완강하게 부인을 거듭했다.

그러나 박 전비서관의 진술을 놓고 일부에서는 절친한 검찰선배인 김 전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내사진행 보고를 문서없이 듣기만 했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선뜻 납득가지 않는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또 관례에 비춰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최종보고서를 만들기 까지 단 한 건의 중간보고 문건도 없었을까 하는 반문도 제기됐다.

수사관계자는 그러나 "사직동팀의 기존 보고 관례를 증거로 삼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으로 최초보고서와 '비슷한' 내용의 구두보고를 받았다는 박 전비서관의 주장대로라면 최종보고서를 만들기까지 최소한 수차례 내사팀과 '얘기'를 나눴을 것이고 보고서를 보지 않았을리 없다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사팀은 진술이 엇갈린채 맴돌이를 계속하자 박 전비서관과 최 팀장, 옷로비 내사반장 정모경감 등 세사람을 같은 조사실에 모아놓고 3자대질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최 팀장과 정 경감은 보고상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일보고를 언제 가져가니까 받아보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고, 조사상황 중간보고는 받고나서 또다른 쪽을 조사해보라는 보완지시를 내렸다는 등 보고당시 정황을 자세히 열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박 전비서관은 부하직원들이 미리 입을 맞추고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심한 질책조로 이들의 진술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사직동팀 관계자들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조사를 완료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사직동팀 역시 나흘간 잠적했다 돌연 자진출두한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고 이 기간중 진술을 맞췄을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또 일각에서는 최 총경이 특검팀에서는 박 전비서관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최초보고서는 만들지 않는다"고 부인하다가 검찰에 와서는 진술을 뒤바꿔버린 정황에도 의심의 여지가 남아 있다.

아무튼 검찰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고 최초보고서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려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수사팀이 법리적으로 최초보고서의 유출책임을 물어 누구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 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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