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의 몰락과 함께 동서 냉전은 끝이 났지만 국제 첩보전 만큼은 아직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가 국무부 회의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간첩행위를 하다 적발됐다며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 2등 서기관 스타니슬라프 구세프에게 추방령을 내리자 미국 언론은 모처럼 '얘깃거리'가 생긴 듯 스파이전을 연일 크게 떠들어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첩보기관의 기술요원이라고 밝힌 구세프를 지난 8일 체포한 것은 한동안 뜸하다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오는 스파이 사건의 최신판에 해당된다.일주일 전에는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여성 외교관 체리 레버나이트에 대해 역시 스파이 혐의로 추방령을 내렸고 한 달 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대니얼 킹이 러시아측에 비밀자료를 넘겨 주다 체포됐다.
구세프 체포 이틀 뒤인 10일에는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 리원허가 로스 알라모스국립연구소에서 핵 기밀들을 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러시아측에서는 구세프의 체포가 조작극이며 레버나이트 추방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 사건은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첩보전의 열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앞으로 첩보전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유력지의 하나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난 10일 "옛 소련이 여러나라로 갈라졌지만 이들 국가가 모두 미국에서 돌아가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미국은 미국대로 이들 나라의 사정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첩보전이 활기를 띨수밖에 없다"는 관계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12일 의회의 예산 증액 조치로 중앙정보국(CIA)이 요원들을 대거 충원할 수 있다며 CIA는 80년대 냉전시대로 돌아가기를 꿈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주 007 영화의 1세대 본드 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숀 코너리에게 명예시민증을 주면서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가 냉전에서 승리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던졌지만 길거리에 주차하려고 동전꾸러미를 들고 빈 곳을 찾는 구세프를 보고 잔인함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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