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진량공단-"더이상 IMF는 없다"

최근 경산 상공회의소가 진량공단등 섬유.기계.금속 등 120여개 지역 수출업체를 표본집단으로 '수출마케팅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올해 수출실적이 지난해 보다 다소 호전됐다고 응답한 업체가 22.3%로 조사돼 아직까지 IMF이전의 수출실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점차 지역의 경기가 되살아 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1년6월부터 94년4월까지 3년여동안 사업비 1천290억원을 들여 경산시 진량면 신상리 1201 일대 47만7천평 규모로 조성된 진량지방산업단지.

한해 동안의 총매출규모가 5천882억원, 수출규모는 평균 1억9천400만 달러를 기록해 경산시 전체의 산업경제 규모 가운데 30~40%를 차지할 만큼 지역 굴지의 산업공단으로 우뚝 섰다.

--경산 산업 경제 30~40% 차지

하지만 그동안 진량공단에 입주한 업체들 거의가 예외없이 환율불안정, 가격경쟁력 약화, 급격한 수출시장 침체 등의 IMF 위기에 내몰렸다. 말그대로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살벌한 구조조정 등 칼바람을 맞았다.

지난 해 8월까지만 해도 당초 193개 업체 가운데 13개 업체가 부도가 나 문을 닫았고, 그나마 남은 업체들마저 심각한 경기불황 탓으로 생산액과 수출액이 8~10%씩이나 떨어졌다.

이 때문에 어느날 공장기계소리가 멎으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업주들은 거래은행 직원들의 눈을 피해 다녀야 했고, 종업원은 하나둘씩 보따리를 싸야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이 조금씩 반전되는 양상이다. 지속적인 내수증가와 일본.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완연한 경제회복세,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증가에 힘입어 이곳 진량공단에도 서서히 햇살이 비춰지고 있다. 망치소리가 되살아나고, 수출품을 가득실은 대형 컨테이너 차량이 공장 마당에 즐비하게 늘어섰다. 떠났던 종업원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는 등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줄이은 대형 컨테이너 차량

현재 진량공단에는 기계금속 79개업체, 섬유.의복업체 71개업체, 기타 43개업체 등 모두 1백93개에 달하는 업체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부도가 난 13개 업체중 7개 업체가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전체 공장 가동률 또한 80% 수준에서 90% 선으로 뛰어 오르는 등 여기저기서 경기 활황의 징후가 엿보이고 있다.

경산상공회의소 현재목(玄在穆) 조사과 대리는 "진량공단을 비롯한 지역내 제조업체들의 경기 분석에서 기계.금속제품 업체를 중심으로 호전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일반기계류와 자동차부품 업종이 큰 폭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상공회의소의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계.금속 부문에서 올 3/4분기의 BSI(기업경기실사지수, 100포인트 기준)가 143.3 포인트로 나타났다. 4/4분기에는 146.7 포인트로 뛰어 오를 기세를 보이는 등 지속적인 활황세가 점쳐지고 있다수출액의 경우 경제난 이후인 지난해 2/4분기 기준 3천만달러로 기록이 저조했으나 올해는 동기기준 3천200만달러, 3/4분기에는 3천700만달러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생산량도 지난해 2/4분기 790억원에 머물렀으나 올 9월현재 2배가 넘는 1천69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총생산량 작년동기 2배 넘어

종업원 수의 경우도 지난 97년초 5천600명에서 지난해 6월 4천700명으로 1천여명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올초부터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5천200여명으로 늘어나 경제난 이전인 97년 수준에 육박해 가고 있다.

진량산업단지관리공단 진병규(陳炳圭) 이사장은 "진량공단의 입주업체들이 경제난을 빨리 벗어날 수 있은 것은 여타 산업공단 보다 구조조정이 무리없이 진행된데다 대부분 자기자본 비율이 탄탄하고 수출위주의 업체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진량공단의 수출업체는 기계.금속 부문에서 전체 79개업체 가운데 32%인 26개업체. 섬유.의복은 전체 69개중 30%인 20개 등 모두 46개 업체에 달해 수출공단으로 손색이 전혀 없다.

올 9월현재 기계.금속은 대표적으로 유진전장이 미국 등지에 955만달러 엘지테크가 765만달러, 케이디에스가 미국과 이탈리아에 568만달러, 삼립정공이 인도에 420만달러 등 총 6천만달러어치의 자동차부품 등을 수출했다.

또 섬유.의복업체는 대경통상이 1천200만달러, 계성교역이 720만달러, 기풍섬유가 515만달러, 동극섬유가 257만달러, 동산섬유가 123만달러, 연화물산이 126만달러 등 4천419만달러 어치의 수출고를 기록했다.

--기계.금속.섬유 수출액 '쑥쑥'

벤처기업으로 선정된 제일기전(정수처리기 유량계), 동성프랜트(아스팔트 믹싱 플랜트), 자원메디컬(전자진단혈압계) 등의 업체는 진량공단의 선진기술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주)제일기전의 경우 진량공단 입주업체 최초인 지난96년 ISO 9001 인증획득과 98년 과학기술부 인정 KT마크 획득, 99년 중소기업청의 기술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달에는 산업자원부의 EM마크 인증을 획득하는 등 알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루미늄 압출형재 생산업체인 (주)대영금속은 지난 92년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 프로파일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97년 ISO 9002 인증획득과 올해(9월) 알루미늄 새시 162만 달러 어치를 대만 등 6개국에 수출할 만큼 인정받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제일기전 등 기술우수업체 많아

아스팔트 플랜트 제조업체인 (주)동성 플랜트는 산하의 기술연구소를 바탕으로 건설폐기물을 이용한 건조모래 제조공법 등 20여건의 특허를 따내 베트남, 중국 등지에 179만달러 어치의 아스팔트 자재를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처럼 진량공단 입주업체들 대부분이 예전처럼 외국으로 부터 수출 신용장이 쏟아지고, 제때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불을 밝히는 신바람이 불어올 날이 머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진량공단 관리사무소 정호순(鄭浩淳) 전무이사는"진량공단은 풍부한 용수와 전력, 완벽한 쓰레기 폐기물 처리시설 완비, 경산 IC 개설과 진량~경산간, 자인~진량간 4차로도로 개설 등의 원활한 교통여건을 갖춰 2000년대 국가 기간산업단지로의 발돋움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산.金成祐기자

◈◈진량산업단지 관리공단 진병규 이사장

"황무지나 다름 없는 허허벌판에 193개에 달하는 제조업체들이 꽉 들어차 지역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한 몫을 다하는 진량산업단지의 앞날은 정말 밝습니다"

진량산업단지관리공단 진병규(64.陳炳圭) 이사장.

진이사장은 "공단 조성 5년여만에 국내 굴지의 산업공단으로 성장한 진량공단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둔탁한 기계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제난 이후 5천600여명에 달했던 공단내 종업원수가 1천여명이나 줄어들고, 그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수출경쟁을 벌여오던 입주업체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하나둘씩 쓰러질때는 앞이 캄캄했다고 털어 놓았다.

진량공단 입주업체들이 최근 국내외의 경기활황에 힘입어 올해 목표인 총생산액 5천882억원, 수출실적 1억9천432만달러를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단관리 사무소 직원들은 △공단인력수급 및 근로자 복지 △입주업체들의 생산.수출.고용동향 수집분석 △공단환경 및 산업재해 방지 등의 업무에 더욱 바빠졌다는 것.

진이사장은 "진량공단은 하루 1만2천t 규모의 용수공급 시설, 공단에서 배출되는 23만㎥ 처리용량 규모의 폐기물매립장시설,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원활한 교통망 등 전국 최고의 공장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金成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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