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다 소설이라는 공간속에 끌어들이는 소재는 다르다. 각각의 소재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결국 여러 이야기에 몰입되는 독자들의 상상의 세계는 더욱 넓고 풍부해진다.
현길언씨의 장편소설 '잊지 못할 일들은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밀알 펴냄)와 최인석씨의 연작 장편 '아름다운 나의 귀신'(문학동네), 은희경씨의 장편 '그것은 꿈이었을까'(현대문학)도 그런 경우다.
현씨의 신작 '잊지 못할 일들은...'은 그가 일관되게 붙들어 온 화두인 제주도 4.3사태와 권력 중심부-주변인물들의 부조화 관계를 비판적 인식으로 꿰뚫고 있다. 작가인 강철규를 중심인물로 내세운 이 소설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소설적 배경은 80년대초. 우리 현대사와 암담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훑어내면서 작가는 '역사의 허구성'을 얘기하고 싶어한다. 준열한 역사 자체도 정치권력이나 이데올로기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결합시킨 최씨의 '아름다운 나의 귀신'에는 합리주의와 과학의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사건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은 빈민계층이 처한 참담하고 아픈 현실에 대한 강력한 고발을 담은 현실주의 소설이다. 하지만 불가해한 환상 세계적 요소가 끼여들어 현실주의적 세계에 대한 이해를 뛰어 넘는다.
이 연작 소설의 중요한 소설적 모티프는 낙원의 상실과 이에 대한 동경이다. 작가는 작중인물들이 현실세계에서 갖는 고통과 슬픔, 혐오감, 동경과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환상적 요소와 결합시켜 실체감과 생명감을 얻게 한다.
한편 은희경씨의 신작 장편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다. PC통신 하이텔에 '꿈 속의 나오미'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작품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여자와 수련의의 질긴 인연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사랑을 한 끈으로 묶어 낸다. 작가는 환영을 찾아 서로 얽혀 돌아가는 두 영혼을 통해 고독과 비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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