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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99문화계 (5)미술

'활성화된 전시, 불황에 허덕인 미술시장'.

올해 지역 미술계는 각종 전시회가 풍성하게 열려 양적인 측면에선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미술시장의 상황은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했다.

전시회의 양적 증가는 지난해 IMF 한파로 잔뜩 움츠러들어 계획했던 개인전마저 취소했던 일부 작가들이 경기 회복 흐름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전시회를 열면서 비롯됐다.

많은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의 전시회속에서 정점식 서창환 신석필 유병수씨 등 원로.중진작가들의 작품전이 잇따라 열려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였다. 박서보 윤형근 곽훈씨 등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개인전도 이어져 지역 미술애호가들의 시각을 넓혀줬다.

그러나 전시회의 활성화와는 달리 미술시장의 상황은 작가나 화랑관계자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화랑들이 밀집해 있는 봉산문화거리 역시 지난해의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봉산문화협회는 '한집 한그림 걸기' '목우회전' '봉산미술제' 등에서 '행운의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으나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해 안타까움을 샀다.

전시 활성화와 함께 크고 작은 전시공간이 생겨난 것도 올해 미술계의 또다른 특징. 계명대가 대명동 캠퍼스에 정점식씨의 아호를 딴 '극재미술관'을 설립해 기대를 모았고, 갤러리 운영에 있어 여러 가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갤러리 미루나무, 현대미술계열의 신진 작가 발굴을 표방한 갤러리 길드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고미술품 전문 토아갤러리, 일반 주택을 개조한 다목적 문화공간인 갤러리 청산향림, 소호갤러리, 갤러리 보 등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개성을 간직한 전시공간도 문을 열었다. 또 경주의 갤러리 시루, 울진의 향암미술관 등이 문을 열어 미술 불모지나 마찬가지인 경북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전시공간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지난 9월에는 사단법인 백남준후원회가 내년 6월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를 기념하는 미술관을 대구에 건립하기 위한 후원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진계에서는 다양한 전시회와 함께 교류전도 활발한 가운데 사진전문 고토갤러리가 개관, 사도(寫都)로 불리는 대구의 위상 회복에 밑거름이 될 전시공간으로 부상했다.

미술행정 측면에서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많은 현안들이 등장했다.

대구지역 미술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대구시립미술관 건립이 확정돼 국제 설계경기를 통해 설계안이 선정됐는가 하면 이인성 미술상 제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미술인의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할 상황에서 구심점이 돼야할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지회장 민병도)가 적극적인 역할을 못해 미술인들의 불만을 샀다. 올 초 지회장 선거당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유인물을 돌려 출범 초기부터 진통을 겪었던 현 집행부는 지회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 때문에 소송사태에 휘말린 집행부란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金嘉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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