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여명이 다가온다-(6)구미공단

단일공단으로선 전국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열었던 구미공단.

내륙최대의 공단으로 자리를 굳힌 구미공단은 경북지역 전체 수출량의 76%를, 전국 수출물량의 6%를 담당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새천년을 맞아 첨단산업도시로 세계와의 경쟁을 위해선 공단이 안고 있는 산적한 문제점들을 구미시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가 과제로 등장해 있다.

구미시가 공단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키 위한 방안으로 추진중인 사업이 지역 최대 현안으로 등장한 제4공단 조성사업.

지난 96년 6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제4공단은 조성사업비 6천370억원을 투입, 지난 96년부터 2000년까지 188만1천평 규모로 조성, 기존의 1·2·3단지를 지원해 나가는 과학기술단지·소프트웨어단지·외국인전용단지 등 첨단기술과 정보가 유입되고 생산활동에 적용되는 인프라 기능을 갖춘 공단으로 육성해 나가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조성이 시작되던 97년말 절반정도의 보상금 지급이 이뤄지던 과정에서 IMF 한파가 닥쳐 보상금 지급이 전면 중단돼 지역민들 사이에는 "제4공단 조성은 물건너갔다" 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또 구미공단 기업들은 자구방안으로 구조조정 실시에 따른 대량 실직자 발생과 대우전자·LG반도체가 빅딜회오리에 휘말려 곳곳에서 '이제 구미공단은 끝났다'는 등 불안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지역민심까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시민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는 '구미공단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급기야 '구미경제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지속적인 대규모 집회 개최·중앙정부 방문 운동으로 제4공단의 조기조성의 필요성을 대외에 알려 제4공단 조기기공이란 결과를 얻게 됐다.

그러나 제4공단 조성공사는 3만6천평규모로 조성하는 이주단지 공사에만 1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공사를 벌이고 있을 뿐 공장용지 조성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제4공단 조성에는 정부차원에서 제4공단 미보상금 638억원도 2000년까지 지급키로 약속했으나 공사 시행청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지금까지 입장표명을 명확히 하지 않은채 공사기간만 당초보다 6년이나 늦춰 잡아두고 있어 의구심만 더해주고 있는 상태다.

제4공단 추진이 미흡해지자 지역민들 사이에는 "경제논리에 의해 조성돼야 할 제4공단이 자칫 정치논리로 이끌려가고 있는 것 아니냐" 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단조성의 부진원인은 '선분양 후조성'방식으로 공사가 추진되고 있어 한국수자원공사의 입주업체 희망조사 결과 입주희망 업체가 극소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제4공단 조성진척이 미진하자 한국수자원공사·중앙정부 등을 찾아 조기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함은 물론 미보상금 조기이행 촉구 등 폭넓은 활동을 펴고 있으나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연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구미시는 구미지역 경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구미공단 성장이 구미성장이란 등식을 갖고 있는 만큼 업체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만이 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미공단 업체들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물류비용의 증가로 경쟁력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현재 계획안에 그치고 있는 포항~구미간의 산업도로 조기착공이 최대 현안이라고 강조한다.

또 구미~부산간의 경부고속도로 조기확장 노력, 포항신항을 이용하는 업체를 위한 포항신항의 국제자유항 승격 노력, 컨테이너 하치장 설치, 대구공항의 국제공항 승격 등 사회간접자본의 투자 및 지원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520여만평 규모로 조성된 구미 1·2·3단지에는 450여 업체가 입주해 있으나 이들 대부분 업체들은 10여개사의 대기업과 협력, 하청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생산제품도 TV를 중심으로 브라운관·모니터·가전제품 위주의 단조로운 제품생산에 치중해 첨단미래 산업으로의 발전을 꾀하는데는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기업규모상 독자적인 기술력의 확보는 어려운 실정으로 대기업에만 의존, 단순 조립생산 활동만을 담당해와 경쟁력을 확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구미공단 업체들의 구조는 수출중심의 생산기능에만 정부정책을 집중시킴으로써 기술연구개발등 공단지원 인프라시설 구축에 소홀한데도 기인하고 있다.특히 역내 업체들은 올해의 수출실적도 120억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수출상품 대부분은 채산성이 떨어지고 생산제품 70% 이상이 수명주기도 성숙기 또는 쇠퇴기로 접어들어 고부가가치의 신제품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상의 문제를 감안, 지역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신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 연구 개발의 투자를 절감하고 있으나 기업의 영세성등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은 연간 매출액 대비 절반이상이 20% 미만에 그치고 있어 첨단제품 생산을 위한 여건과 노력은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곽공순 조사부장은 "구미공단은 고부가가치의 제품 생산에 필요한 두뇌들은 전혀 없고 단순 제품생산 기지로 전락한데 큰 문제가 있다" 며 구미공단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난 90년대부터 대기업 및 일부 중소기업들은 자구방안으로 생산기지 해외 유출에 주력, 이미 56개사들이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렸고 기업들의 재투자도 점차 줄어들면서 구미공단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공단은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주력 제품들의 고부가가치가 미흡할 경우는 구미산업단지는 성장의 잠재력을 잃게 됨은 물론 대규모 산업단지의 공동화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장범 구미상의 부회장은 "IMF 체제의 영향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지난 한해동안 구미공단 위기설이 터져 나왔던 점도 일부 대기업에 수백개의 하청업체들이 연관돼 있어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중소기업들은 감기에 걸리는 식이 되는데 기인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구미공단은 대기업 중심의 생산구조상의 문제와 함께 생산공장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어 기업의 의사결정 기능이 크게 미흡, 연구개발·기획·전략기능 등 기업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구미공단 산업구조의 고도화 방안으로 무엇보다 가전용 전자기기의 디지털 및 정보가전형태로 변화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즉 전자부문에 대해선 컴퓨터는 고급화 및 고성능화·대용량화 등을 꾀해야하고 통신기기는 멀티미디어 일체형 단말기 또는 입체대화형 실감형 단말기로 발전시켜야 된다는 것.

또 반도체는 대용량 고속화 및 비메모리 분야의 확충과 전자부품은 복합부품·칩화를 시키고 가전제품은 디지털화(DTU·DVD)로의 고도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섬유부문에선 소량 다품종화·차별화의 제품개발과 함께 연구단계·응용단계·상품단계·시장단계별 혁신체제의 구축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구미는 공단성장과 비례해 연평균 3, 4%의 인구증가율을 보이면서 현재에는 33만명을 넘어서는 급성장을 해왔으나 각지에서 모여든 유입인구로 인한 정주의식과 애향의식이 결여돼 구미공동체를 열어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대목이다.구미시는 오늘의 첨단산업과 함께 21세기를 맞이할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고 문화와 첨단산업이 조화되는 문화도시로의 경쟁력 제고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유교선비 문화가 구미지역을 중심으로 꽃을 피웠고 신라불교의 전래지역인 만큼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정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북부유교문화권 개발 프로젝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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