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민련 간부회의 신경전

13일 열린 자민련 간부회의에는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서울 수도권 출신 부총재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한영수·이태섭·이택석 부총재 등 3명의 부총재는 모두 합당파들이다. 그동안 합당반대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거의 제목소리를 못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작심이라도 한듯 한목소리를 냈다. 당 정세분석위에서 합당에 대한 장단점 보고를 마치자 이태섭 부총재는 "내년 총선에서 2여 1야 구도로는 절대 여권이 승리할 수 없다"며 "당연히 합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한부총재도 거들어 "소선거구제 하에서 연합공천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며 "당 지도부가 합당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당수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합당 반대파들도 만만찮았다. 특히 박철언 부총재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요즘 추진중인 신당은 국민회의 신당, DJ신당"이라며 "이 상태에서 자민련이 합당할 경우 흡수합병이라는 말만 듣는다"며 합당 반대론을 개진했다. 박부총재는 또 "21세기 대통합을 위해 김대중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근본적인 새출발을 해야 한다"며 "이게 안된다면 합당은 총선 이후에나 추진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부총재가 말을 이어가자 김종호·이긍규·이양희의원 등 충청권 당직자들까지 거들고 나섰다.

상황이 이쯤되자 박태준총재가 나서 서둘러 회의를 마쳤다. 하지만 합당파인 한부총재 등의 공세는 장외로 이어졌다. 점심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박부총재를 불러낸 한부총재 등 합당파들은 합당의 당위성을 강력하게 역설했다. 여권 내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합당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박부총재가 합당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아 합당파의 의도는 무산됐다.

하지만 좀체 목소리를 내지 않던 합당파들이 합당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섬에 따라 합당과 관련된 신경전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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