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노총 막말 특검 곤혹

"당신을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고야 말겠어"

13일 오후 4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원일(姜原一) 특별검사 사무실에 항의차 찾아 간 민주노총 양정규 부위원장은 강 특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강 특검은 민노총 간부가 떠나면서 남긴 이 한마디에 "역사의 죄인이 될지 충신이 될지 두고 봅시다"라며 맞받아쳤다.

이날 악수로 시작한 강 특검과 민노총 간부들간의 만남이 이렇게 험악하게 끝난것은 민노총 간부가 수사결과에 항의, 강 특검에게 상식밖의 욕설을 퍼부은 게 발단이 됐다.

강 특검은 먼저 민노총 대표들에게 "수고하십니다"라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지만 민노총 간부들의 표정은 냉랭했다.

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앉자 마자 "공안검찰이 조폐공사 파업을 조직적으로 유도한 결정적 증거가 드러난 마당에 짜맞추기 수사로 진상을 은폐·축소하려는 특검의 작태에 분노를 느낀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강 특검은 "수사내용을 예단하고 말하기 때문에 할말이 없다. 나는 법에 따라 수사할 뿐 이 사건을 결코 정치적으로 처리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때 강 특검 바로 옆에 있던 배종배 민노총 부위원장이 강 특검을 '이봐'라고 불렀고 강 특검은 "감정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배 부위원장은 느닷없이 "×××아, 네가 특검이냐.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 특검은 돌발 상황에 상기된 표정으로 "나는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있을 뿐인 데 왜 이러느냐"며 항의했지만 곧바로 탁자를 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민노총 간부의 목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강 특검은 민노총 간부들이 떠난후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한 수사관은 "특검수사는 일체의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하는 데 이런 식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더구나 예의로 맞이하는 한 기관의 장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은 상식밖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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