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BS 사극 '태조 왕건' 궁예 삭발식

"오옴 살바못자 모지 사데야 사바하..." 충남 공주 마곡사 경내에서는 어린 소년이 삭발식을 거행하는 동안 낭랑한 목탁소리와 함께 이를 지켜보는 승려들이 외는 '참회진언'의 염불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기 아들을 차기 왕위에 앉히려는 야욕에 사로잡힌 통일신라 경문왕의 본처가 후궁의 서자 궁예를 죽이려 하자, 이를 피해 절로 숨어든 어린 궁예가 머리를 깎고 중이 되는 장면.

KBS가 내년 3월 4일 첫 방영을 목표로 준비 중인 밀레니엄 대하사극 '태조 왕건'의 촬영장인 마곡사 대웅전에서는 지난 9일 어린 궁예역을 맡은 맹세창(9)군의 삭발식 장면을 스태프진 등 수십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 궁예가 자꾸 우는 바람에 여러 번 NG가 나고, PD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까지 불러오라고 시킨다. 머리 깎는 칼이 잘 들지 않아서 아프기도 하려니와, 어려서 애꾸가 된 궁예를 표현하느라 왼쪽 눈에 붙여놓은 검은 분장이 자꾸 눈 안으로 들어가 쓰리다며 코를 훌쩍인 것. "세창아, 너 머리 많이 깎아 봤잖아. 봐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 하나 때문에 촬영을 못하고 있잖아. 이번에 출연료 받으면 너한테 5만원 줄테니까 빨리 울음 그치고 마저 촬영하자" 어머니가 얼르고 달랜 끝에 어린 궁예의 삭발식 장면 촬영은 2시간여만에 겨우 마무리 됐다.

덕분에 성인 궁예역을 맡은 김영철(37)의 삭발식은 두시간이나 늦춰진 오후 4시께야 거행됐다. 군대 제대 후로는 삭발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그는 "백성과 함께 살고 함께 움직이는 진정한 영웅으로서의 궁예를 표현해 보고 싶다"고 했다. "역사는 지배자에 의해 왜곡되기 마련이어서, 오늘날 흔히 알고 있는 궁예의 포악하고 야만적인 이미지는 승리자인 왕건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영철식 궁예를 기대해달라"는 것.

궁예는 총 150부작으로 방영될 '태조 왕건' 시작부터 100부작까지의 스토리 전개를 주도하는 중요인물로 왕건 못잖은 비중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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