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 당이 불공정 선거보도를 한 언론인을 상대로 취재, 집필 또는 방송활동을 일정기간 못하게 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선거 기사 심의위원회라는 기구를 기존의 언론중재위원회 산하에 신설, 언론계.학계.변호사회.국회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한 9인으로 선거보도의 불공정성을 심판, 해당 언론인의 업무를 1년까지 정지시킨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우리는 먼저 이같은 자의적인 판단을 쉽사리 해버린 여야 정치인들의 편리한 사고방식에 놀랄 뿐이다. 첫째, 문제가 될 불공정 기사의 기준을 어떻게 규정한다든지의 아무런 세부개념 설정이 없다. 불공정 개념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포괄적이다. 여야의 정략적 판단에 따라, 선거운동기간 중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대세에 따라 잣대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불공정 여부를 판단할 주체는 기본적으로 독자와 시청자들이 갖는다는 사실에 있다. 어떤 보도내용이 불공정한 것이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심의절차에 대한 규정도 없이 내려지는 자의적 판단이 갖고 올 수 있는 것은 비판적인 선거보도의 위축, 언론 자유의 위협뿐이다.
정치권이 97년 대선당시의 일부 언론의 편향 보도를 떠올리고 이런 발상을 했음직 하지만 그들의 속셈부터 얘기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듣기싫은 선거보도를 제한하기 위한 위협 목적으로 밖에 해석할 방법이 없다. 정치권이 불공정보도 운운하지만 그것은 현행 법체계로도 구제절차가 충분하다.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의 재판이 보장돼 있지 않는가. 더구나 언론중재위에 설치한다는 것은 중재위의 기본성격에도 맞지 않는다는 언론학자의 견해도 있다. 언론중재위는 글자 그대로 중재를 하는 곳이지 언론인들의 손을 1년씩이나 묶어놓는 일을 판단하는 곳이 아니다. 두번째로 여야의 입법절차를 문제삼고자 한다. 여야는 지난달 17일, 정치개혁특위 소위에서 문제의 조항을 밀실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합의과정에는 언론계는 물론 학계나 법조계와의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민주국가에서의 입법절차가 이처럼 불투명해도 되는 지 묻고 싶다.
굳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불공정보도가 있었다면 저절로 선거법위반이 돼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데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가. 문제의 조항은 이제 정치개혁특위의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처리를 남기고 있다. 전체회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이 폐기되는 것이 마땅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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