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유기고-김일광(동화작가)

'무책임한 교육행정 자녀교육 무너진다' '건설회사 부도나면 교육청도 부도나나' '아이들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4일 학교에 가야할 어린 아이들이 찬 바람을 맞으며 교육청 앞 길거리에서 이런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바로 유강초등학교 학생 120명이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 온 것이었다. 포항의 유강택지개발지구에는 현재 2천2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초등학교는 지난 3월에 개교를 하였지만 중학교는 부지를 확보하고 학교신설을 계획하였으나 건설회사의 부도로 차질을 빚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입주자들은 바로 중학교를 세워 주든지, 그게 불가능하면 졸업생을 제철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이들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교육청과 시청을 방문하기도 하고, 시위도 벌였다. 여기까지는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자녀의 학교길을 막고 아이들을 시위에 참여시킨 일은 아무래도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들고 나온 피켓의 문구는 아이들의 정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고사리 손을 쳐들면서 어른들의 고함을 따라하게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학교에 있어야 한다.

어른들의 작은 이익에 아이들이 동원되어서는 안된다. 함부로 아이들을 거리로 데리고 나가서 집단적인 떼를 쓰도록 가르치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비단 유강의 일만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가 불거질 때도 아이들을 앞세우는 일이 있다.

이는 분명히 옳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생각한다는 것이 겨우 이런 정도일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교육 결과는 먼 훗날 나타난다. 지금의 어려움이 훗날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큰 생각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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