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합당론에 김종필총리와 박태준 자민련총재의 반응은 영 신통찮다. 남미를 순방중인 김 총리는 김 대통령의 합당 연내 매듭 발언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으며 박 총재는 합당반대론을 부추기는 인상까지 짙다. 그렇다면 이들 자민련 양대 수뇌부의 속내는 뭘까.
지난 14일 김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 들은 김 총리는 오히려 심드렁한 것 같다. 자신의 신당총재론과 이한동 대표론 등 지도체제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반응은 영 뜻밖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남미로 출국하기 직전에는 "합당의 ㅎ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가 하면 김 대통령 발언 이후에도 "코멘트할 필요가 없다"며 딴청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정가에서 김 총리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 예로 지난번 내각제 포기 파동을 들고 있다. 당시에도 김총리는 "내각제의 ㄴ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김 총리 반응은 단지 시간벌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이 합당에 극력반대하고 있어 무마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신당창당 이후 지분문제를 놓고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당장 국민회의 내에서 김종필 총재론을 거부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박 총재의 반응도 의외다. 우선 박태준 총리론을 거론한 한영수 부총재등에게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박 총재는 15일 당무회의에서 한 부총재 등이 박 총재가 총리로 가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내 문제를 거론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일축했다. 조영장 비서실장도 몇몇 부총재에게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을 했다.
심지어 박 총재는 합당반대론을 진두지휘하는 인상까지 풍기고 있다. 영남권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의 합당반대 서명작업도 박 총재 측 지시로 이뤄졌다. 17일 이들 영남권 위원장들의 만남 역시 마찬가지다.
박 총재의 한 측근은 "박 총재는 중선거구제와 총리직 중 어느 하나를 택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며 "안될 경우 둘 모두를 던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박 총재는 자칫 합당관련 논란으로 DJT가 파국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점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결국 김 총리와 박 총재의 의중은 김 총리가 귀국하는 21일 이후 DJT회동에서 최종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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