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관제금리 경제활력 죽인다

대우사태로 급등했던 시장금리가 이달들어 이례적 안정세를 보이는 이유가 당국의 지나친 시장개입 때문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관치금융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는 인상을 준다. 물론 IMF체제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구조조정을 해온 터에 관치경제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는 근본적 원인이 있긴하지만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고 있는 지금까지 그 같은 기조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중에서도 정부 또는 정부의 대리인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묶어놓다시피하는 관제금리는 관치금융의 노골화로 보여진다.

금융시장에선 이달들어 3년만기 회사채가 연 9.7%선에서 거의 움직이지않고 있는데 이는 채권안정기금이 무리한 시장개입을 단행하고 정부관계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바람에 연말 자금시장의 거래가 끊기고 기업의 돈가뭄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것은 금융기능의 마비현상으로 비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본격적 회복국면에 든 경제가 실물부문에서 활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금리문제의 논란은 이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이미 3·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12.3%에 이르는 등 경기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통화당국이 저금리 기조의 변경을 놓고 고심해왔다. 금리가 오르면 경기회복세와 금융구조조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의 경기상승을 두고 과열이냐 과속이냐로 논쟁이 벌어져 과속쪽으로 결론이 기울어지면서 당국의 저금리 밀어붙이기가 굳어진 것이다. 아직 고실업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경기의 확산이 미흡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저금리 기조를 깨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유지를 위해 정부가 무리한 시장개입으로 시중에 자금경색을 가져온다면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꼴이 된다. 더욱이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원인의 하나가 관치금융이었음을 잊어버린다면 비록 경기상승으로 경제가 일시적으로는 회복국면에 들 수는 있어도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시기에 금융시장이 기능을 회복하고 시장기능에 따른 자금배분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을 바꾸어야한다. 한꺼번에 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적어도 금융권 주변에만 자금이 몰리고 기업에는 돈가뭄이 드는 현상은 해소시켜야한다. 당국은 현시점에서 저금리 기조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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