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벌써 총선 타락이라니

총선을 4개월 남짓 남겨두고 이미 전국에서 탈법사전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건 이번 선거운동의 불길한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0월16일 기부행위금지(선거 6개월전) 시점부터 지금까지 사전선거운동 사례 186건을 적발했는데 이건 지난 15대때의 36건에 비해 무려 5배로 급증한 것이다. 또 96년 4월 총선이후 지금까지 단속된 건수는 528건으로 15대 때의 53건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는다고 했다.

한마디로 새 천년에 처음 실시되는 선거인 만큼 그 어느때보다 공명정대하게 치러겠다는 정치권의 다짐은 이미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선거구 등 선거제도가 확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나든 여·야를 불문하고 '당선 가능성'에 공천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만큼 기선제압 차원에서 탈·불법은 더욱 기승을 부릴 소지를 원천적으로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여권의 합당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라 대폭 물갈이 공천전망으로 현역이나 예비후보들 모두 조급하고 불안하기는 매 한가지이기 때문에 혼탁상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정기국회 회기중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의원들이 지역구로 쫓아가는 바람에 상위나 본회의의 성원이 안돼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제때에 처리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까지 연출됐을 정도니 그 과열양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러한 과열이 바로 불·탈법의 사전선거운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원천적인 생태를 안고 있다. 특히 여·야 지도부는 16대총선을 현 정권의 중간평가로 보고 있고 이는 차기 대권구도로까지 연계된다는 점에서 오직 당선과 숫자 불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금까지의 단속건수는 빙상의 일각일 뿐 본격 선거전에 접어들면 '선거망국론'이 거론될 만큼 타락 불법이 판을 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선관위는 조직을 풀가동해 철저한 사전단속에 만전을 기할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미 검찰도 단속의지를 천명한 바 있지만 경찰력을 충동원해서라도 가차없는 단속, 엄정한 법집행의 수범을 보여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깨끗한 선거풍토'는 시대적 소명인 점을 선관위나 검·경은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단속만으로도 한계가 있는 만큼특히 시민단체들의 감시활동도 큰 몫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이젠 깨어나야 한다. 그래서 후보자들의 타락·불법의 '터전'을 원천봉쇄하는 첩경은 그 장본인들을 낙선시킨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기는 도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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