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카르테

경제성장률에도 통계적 착시가 있다. 통계상의 왜곡을 피하고 경제성장 주도부문을 분석하려면 GDP(국내총생산)를 재구성해봐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지출 측면에서 본 성장기여도다. 민간 및 정부의 소비, 기업의 설비 및 건설투자, 수출 및 수입으로 나눠 각 지출부문이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소비.투자.수출이 늘수록 성장에 플러스가 되고 수입은 그 반대다.

올 3/4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이 9%고 소비가 GDP의 48.6%를 차지했으므로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4.4%(9×0.486)가 된다. 소비만으로 우리 경제가 4.4% 성장했다는 얘기다. 설비투자는 회복세가 완만해 2.9%,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2.1%, 수출은 7%, 수입은 마이너스 7.8%(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마이너스 0.8%)의 성장기여도를 나타냈다. 나머지 4.6%는 향후 수출이나 소비수요에 대비한 재고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올해 경제성장은 수출, 소비, 투자 특히 재고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문은 성장주기가 짧아 장기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설비투자는 성장주기가 매우 길다. 설비투자도 양산 투자보다는 신기술을 개발, 상품화하는 질적 투자가 많아야 장기성장에 도움이 된다.

성장률이 높더라도 물가가 불안하면 장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성장률이 낮아도 물가안정이 바탕된 꾸준한 성장이 이상적이다. 미국이 10년 가까이 안정성장을 지속한 것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물가안정 정책을 적절히 구사하고 정보통신 부문의 생산성을 향상시킨 덕분이다. 우리도 물가안정을 다지면서 신기술 설비투자에 나서야 장기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홍원석.한국은행 대구지점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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