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여 합당땐 탈당 불사"

자민련 영남권 의원들이 2여 합당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박태준 총재를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원 10여명은 17일 여의도 한음식점에서 오찬모임을 갖고 "합당할 경우 집단탈당을 한다"는 배수진을 쳤다. 이날 모임은 이달초 시작된 서명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에는 박총재의 청와대 주례회동을 앞두고 중선거구제 관철에 매진하고 있는 박 총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합당 연내 매듭 발언 이후 이들의 행동은 거의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던 원내외 위원장들도 대거 참여해 현재 서명자는 30명을 넘어섰다는 전언이다. 서명운동에 동참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합당하면 탈당하는 것이지 다른 말이 뭐가 필요있느냐"는 반응이다.

여기에는 박 총재의 의중도 깊숙이 개입됐다. 이날 모임 자체가 박총재 측의 지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날 충청권 의원들이 만찬모임을 갖고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것 역시 박 총재 측이 주도한 흔적이 짙다. 김현욱 사무총장 등 박총재 측 당직자들이 모임을 주도한 것이다.

그렇지만 박 총재나 영남권 의원들이 집단행동을 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은 집단으로 의지를 표시해 합당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 총재도 이날 모임에서는 일단 참석자들의 의사를 듣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이날 모임이 자민련 영남권 의원들의 독자행동 전주곡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통령이 합당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합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철언 부총재는 이미 "합당에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탈당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이정무·박구일 의원과 부산의 김동주,울산의 차수명 의원 등도 이미 합당할 경우 탈당이라는 등식을 굳혀놓은 상태다.

김총리 귀국 후 예상되는 DJT회동에서 박 총재가 이들 영남권 의원들의 의중을 어느정도 반영할 지에 따라 이들의 집단행동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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