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 짓는 12월이다. 구세군의 종소리와 더불어 캐롤송이 울려퍼지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총총하다. 세기말의 혼돈과 새 천년에 대한 기대가 어우러져 그 어느 해 보다 들뜬 기분으로 맞게 된 세밑. 그러나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만 달랑 남은 달력에 아쉬움이 서린다.
이 달에는 24절기의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동지가 끼여 있다. 세시풍속에 따르면 관상감에서 새해 책력을 만들어 돌리는 것도 이 날이며, 각 가정마다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리고 이웃과 정을 나누었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 이 날을 기리고자 아궁이에 장작 지펴 팥을 뭉클어지게 삶고 뜨끈한 방안에선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으며 동글동글 새알심을 빚었다. 붉은 팥죽 속에 든 하얀 새알을 나이 수 만큼 먹었다. 새알심처럼 마음을 둥글고도 차지게 다지라는 무언의 가르침이었던가. 또한 액을 물리친다는 뜻에서 드나듬이 잦은 출입구에 팥죽물을 뿌리기도 했다.
불가에서는 동지를 일컬어 새 해를 동틔우는 기초점이라 했다. 우주의 순환궤도가 하지에서 동지사이일 때는 음으로 이울고, 동지에서 하지까지는 양으로 승하는 시기로 보았으니, 즉 양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양은 곧 빛이요, 힘이며 생명이고 희망이다. 따라서 동지는 어둠에서 솟아나는 광명이며 역동하는 힘찬 생명력의 시작이다.
내일의 희망인 유치원 원아들의 새알심을 빚는 고사리 같은 손이 귀엽기만 하다. 선생님들은 원아들에게 동지팥죽의 의미를 얘기하며 소근육 발달을 위해 새알심 빚기 작업을 시켰다. 친구들이 빚은 새알을 넣어 팥죽을 쑤고 다 함께 맛있게 먹었다. 원아들에게 동지경험은 오랫동안 생생할 것이다.
1999년도 저물어 간다. IMF로 어려운 사람들은 와신상담의 자세로 때를 기다리자. 세상만사 새옹지마가 아니던가. 이번 동지를 기점으로 그간의 침체를 털고 일어나 새 밀레니엄, 대망의 새 시대를 벅찬 희망으로 가슴 가득 안아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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