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얻어 먹으려만 하는지…"
최근'신빈곤층'시리즈 취재차 만난 한 복지담당 공무원은 "지난 추석 각 구청마다 예산 사정이 좋지 않아 추석 위문품을 지급하지 않자 '왜 선물을 주지 않느냐'는 영세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며 "빈곤층의 의존성이 극에 달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영구임대아파트 영업을 맡고 있는 대구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도 "임대 상담을 하러 온 영세민중 일부는 차비까지 얻어가고 있는 형편"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없는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적지않은 이들이 스스로 일어서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내려주는 '떡'에 익숙해져 있다.
단순히 '주고 받기에 익숙한'경제적 시혜 차원에 머물러온 현행 사회복지정책의 맹점을 드러내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명제마저 잊혀지고 있는 망년회의 계절,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은 겨울 칼바람만큼이나 싸늘하게 식었다. 빈부 격차가 정점에 달할수록 빈곤층의 자활의지 또한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는 것이 신빈곤시대의 슬픈 복지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2000년 10월부터 시행키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여전히 문제 투성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모든 가구에 생계비를 지급토록 규정했을 뿐 이들의 자립심을 근본적으로 북돋워줄 대안 프로그램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노숙자와 독거노인이 왜 복지시설을 기피하는지, 미취학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빈곤의 대물림을 막을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이고도 진솔한 숙고가 앞서야 할 시점이다.참을 수 없는 빈곤의 서글픔'이'동전 몇닢'으로만 가려지는 한 새 천년에도 현대판 '향.소.부곡(鄕.所.部曲)'의 등장이란 씁쓸한 현실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진수
특집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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