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의 향토서정 물씬한 네 작품집

경주에서 활동하는 시인 석병호 이희목 조동화씨와 조씨의 부인인 동화작가 박숙희씨가 세밑에 나란히 시집과 동화집을 내놓았다. 이들의 작품집은 한결같이 경주가 거느리고 있는 향토적인 정서를 길어올리며, 서정성이 두드러져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석병호씨의 다섯번째 시집 '깨어 있는 잠'(뿌리 펴냄)은 고독과 그리움, 허무를 원숙하게 형상화한 시편들을 보여준다. 연작 '깨어 있는 잠'은 집중적으로 그런 원초적인 감정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으며, 다른 연작 '퇴임 이후'는 교직을 떠난 뒤 경주에 살면서 멀리 송화산과 선도산을 바라보면서 추억들을 반추하고 병마와 싸우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네권의 시집을 냈던 이희목씨의 시선집 '창포꽃'(뿌리 펴냄)은 "향토 서정과 한국적 리리시즘"(정민호)을 떠올린다. 실버들, 달래강, 창포마을, 오동꽃, 감꽃, 둠벙, 수릿날 등 시어들도 향토적이며, 전체적인 흐름이 향수의 미학과 연계돼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서정시와 맥락을 같이 하면서도 경주의 자연과 시인의 내면의식이 융화돼 개성이 빚어지고 있다.

조동화씨의 네번째 시집 '강은 그림자가 없다'(처용 펴냄)은 역사의식에 뿌리를 둔 단아한 서정시들을 묶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누워/온갖 물상들의 허물 가슴으로 거두며/더욱 낮은 바다를 향해/홀로 제 아픈 등 밀고 가는 강'(표제시)은 시인의 내면을 암시하며, 거기 그림자가 없음을 한탄한다. 감성과 지성의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한편 박숙희의 동화집 '따뜻한 손'(지식산업사 펴냄)는 '빈 집의 슬픔' '지혜로운 바보' '게으름뱅이 좀더' 등 15편을, 어린이를 위한 동화집 '자연이 들려주는 지혜 동화'(대교출판 펴냄)은 '별을 담은 항아리' '여뀌와 달개비' '아름다운 돌' 등 12편을 담았다. 박씨의 동화는 눈에 보이는 풍경과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면서 외롭고 시린 삶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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