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본 99문화계-(9)영화

99년은 '한국영화의 해'였다.

연초부터 터진 '쉬리'의 흥행 '대폭발'. '유령''인정사정 볼 것 없다''주유소 습격사건'등 잇따른 흥행성공이 연말의 '텔미 썸딩''해피 엔드'등으로 이어지면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40%. 20%만 되도 성공적이라는 점유율이 배로 껑충 뛴 것이다. 장르도 멜로에 액션, 스릴러, SF스릴러, 하드고어 등 다양해 적어도 국내관객들에게는 경쟁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그동안 감소세(96년 65편, 97년 59편, 98년 43편)를 보여온 한국영화의 제작 편수가 올해 60여편을 기록하면서 한국영화 전성기를 예고했다.

몇년간 지속돼온 멜로붐이 숙지면서 올해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정착하는 해였다. '쉬리''유령''자귀모'등 25억원 이상 들인 영화가 대거 쏟아졌으며, 흥행도 제작비에 비례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에 '한국'이 없다는 비난도 일었다. 한국의 고유한 정서와 사회현실을 담은 작품보다 할리우드 액션물의 아류작들만 양산됐다는 지적이다. 관객 점유율 40%도 시네마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한국영화의 강력한 배급망에 힘입은 것으로 일시적인 기현상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 고유의 향기를 담은 영화제작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한편 올해는 유난히 많은 사건과 화제가 많았다. 지난 여름에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투쟁에 나섰던 영화인들이 삭발식을 갖고 가두로 진출했으며, 신·구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 구성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지식인 1호'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는 올 상반기 최대의 관심을 모았으나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 영상문화를 다루는 정부의 설익은 문화마인드를 단적으로 보여줬으며, '거짓말''노랑머리'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아 한차례 파문이 일었다. 또 삼부 파이낸스 양재혁회장 구속은 충무로 영화제작에 적잖은 타격을 주었다.

9월·10일 2차 일본대중문화 개방으로 일본 영화 개방폭이 확대돼 '러브 레터'등 상업영화의 한국 개봉이 실현됐다.

한편 대구 극장가에서는 중앙시네마의 배급 독주로 인해 한국영화 수급난에 시달렸으며, 공공연히 전도금(영화배급을 전제로 한 선금)까지 오가는 등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또 영상제작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독립영화협회가 추진되는 등 2000년 새해 대구영상문화 발전을 위한 모임들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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