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참여연대가 주최한 '국민연금 현황과 발전방향' 세미나가 지난 16일 삼성금융플라자 5층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국민연금에 관한 일반적 상식중 상당부분이 잘못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필요이상의 불신이 생겨나고 있다
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민연금 상식의 '허와 실'을 상지대 김연명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특별대책위 부위원장)의 주제발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국민연금이 개인연금 보다 불리하다잘못된 상식이다. 월소득이 99만원인 사람이 10년간 같은 액수의 보험료를 불입하고 15년간 급여를 받을때 국민연금의 급여액은 개인연금 보다 약 2.6배 많다. 월소득이 230만원인 사람은 1.7배를 더 받는다. 국민연금은 고소득층이건 저소득층이건 자기가 부담한 보험료 총액보다 연금총액이 훨씬 많도록 설계됐다. 차액은 후세대가 부담한다. (미래세대 보조금세대간 소득재분배 원칙)
◇'미래세대 보조금'을 사용함으로써 후세대는 경제적 부담으로 위기를 맞은 것이다논란을 빚고 있는 핵심중 하나다. 비판론자는 현행 국민연금의 미래세대 부담은 너무 과중하며 후세대의 자원을 현세대가 끌어다 쓰는 무책임한 짓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옹호론자는 현세대(40~50대)의 경우 부모부양과 자신의 노후대책 마련이라는 이중부담을 지고있는 반면 미래세대는 연금혜택을 받는 부모의 부양부담에서 벗어나므로 현세대의 이중부담중 일부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월연금액/생애평균월임금)을 현행 60%에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하향신고로 월급쟁이가 '봉노릇'을 하고있다사실이다. 국민연금 급여산정모형은 1.8(수급직전년도 가입자 전체 평균월소득액+가입기간중 개인의 소득월액 평균액)(1+0.05×가입기간 20년을 초과한 년수/12). 따라서 자영업자의 소득하향신고로 가입자 전체 평균월소득액이 줄어들어 피해를 본다. 이달 현재 도시자영업자 평균소득은 94만1천원이고 직장가입자는 138만1천원이다.
그러나 직장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 보다 적은 연금을 받을 우려는 없다. '미래세대 부담금' 때문이다.
◇기금이 고갈될 것이다사실이다. 그러나 '기금고갈연금지급 불능'의 등식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은 '기금적립방식→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도록 설계했다. 따라서 언젠가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독일이 지난 57년 부과방식으로 바꾼 것을 비롯, 대부분의 선진국이 부과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연금지급불능사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부과방식'이란 그해 지급할 연금액을 가입자의 그해 보험료로 충당하는 제도다.
보험요율을 연차적으로 최고 18%까지 올릴 경우(현재 미국 12.4%, 영국 22.2%, 일본 16.5%, 독일 18.6%, 이태리 29.6%, 스웨덴 20%) 국민연금 재정은 2080년까지 고갈되지 않는다.
◇자영업자, 농어민, 직장인 기금 또는 급여를 분리운영하면 자영업자 소득파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직업군간 소득분배 왜곡현상은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직업, 계층별로 차별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즉, '가난한자 연금'과 '부자 연금'으로 나눠져 연금수급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진다. 또 자영업자 내부에서 소득을 성실히 신고한 사람이 큰 손해를 본다.
◇국민연금의 또다른 문제관련법 개정 및 기금운영위원회의 노동자·농어민·소비자·자영자 대표자 대거 참여 등으로 기금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은 많이 확보됐다. 그러나 기금운영 사후평가 기능의 독립은 또하나의 과제다.
가장 큰 문제는 2000년 58조원, 2005년 125조원…2020년 507조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기금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경제를 좌지우지할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이다.
◈◈토론자 발언 요약
△이옥희(대구참여연대 사회복지센터 실행위원):남편이 사망할 경우 아내는 남편이 수급할 연금의 50%를 유족연금으로 받도록 돼 있는데 많은 여성이 전업주부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에 대한 보호책이 미흡하다. 이같은 연금액수로는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살아가기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배려가 아쉽다.
△강성대(대구대 법학과 교수):도시자영업자 55.6%와 농어촌 가입자 32.9%가 납부예외자라는 것은 전국민연금시대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일용직·임시직·계약직·시간제 근로자들이 사업장 당연가입자에서 제외돼 있다.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들이 연금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국민연금의 존재의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김채한(매일신문 논설위원):국민연금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도 시민들 사이에 높은 불신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문제다. 기금운영에 관한 '땜질식 처방'이 불신감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보다 장기적인 연금운영방향 확립과 시민들에게 국민연금을 제대로 알릴수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김구(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국민연금' 보다 사기업의 '개인연금'을 더 신뢰하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현실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정부에 대한 불신감 탓이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중요하다며 총리실 산하에 위원회를 구성해 놓고도 파행으로 치달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자영자소득파악을 위한 대통령직속기구 설치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용하(국민연금 연구센터 책임연구원):국민연금이 오해와 부정적 측면 과장 등으로 엄청난 불신을 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민연금에 관한 논란은 '제도운영 방식'과 '재분배정책의 방향'에 관한 것이지 '기금고갈에 따른 수급불능사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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