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의 19일 LA 발언이 합당론을 일시에 잠재우고 있다. 합당론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자민련은 즉각 "합당론은 깨끗히 정리됐다"고 못박고 나왔다. 김총리는 이미 LA기자회견을 벼른 것 같다. 김 총리는 회견 서두에 "물어 볼 것이 산더미 같을 텐데 물어 보라"며 회견을 시작했다. 당초 김 총리의 이 발언은 귀국시 공항 기자회견에서 나올 것으로 점쳐 졌으나 국내 상황을 고려해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합당론과 관련해 김총리는 "하나가 좋고 합당 안하면 불리하다는 것은 실험해 보지 않고 관념적으로 얘기 할 게 못된다"며 "자민련은 자민련의 길을 가는 것이 좋다"고 합당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합당론이 재론되는 것이 자신의 애매모호한 발언 때문이라는 자체 진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의 이날 회견은 또 자신을 찾아 LA로 날아온 자민련 김현욱 사무총장과 이양희 대변인으로부터 당내 분위기를 전해 들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지난 18일 저녁 급히 김 총리를 만나 합당반대 서명운동의 확산 등 당내 분위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회견도 이같은 현실인식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명확한 입장표명을 안할 경우 당내 지도력은 급격히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미 합당반대 서명운동은 당내 영남권은 물론 충청권도 가세했다.
이같은 인식 때문에 박 총재도 유탄을 맞았다. 박 총재가 '김 총리는 합당 쪽으로 80%는 기울었다'고 한 것 때문이다. 김 총리는 "딴 사람이 내 속을 얼마나 알아서 그래"라면서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김 총리의 이날 발언으로 완전히 합당론이 잠재워질 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측은 "합당얘기를 너무 서두른 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JP발언은 당내 반발무마용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자민련내 합당론자들도 "내년 총선을 생각한다면 합당 외에 방법이 있느냐"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게다가 합당을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민련이 온전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합당 찬성론자들이 그대로 주저앉을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영남권 의원들도 합당을 않는다고 남아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당장 지역정서 때문에 합당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자신들의 보스인 박 총재가 총리로 갈 가능성도 있고 자민련에 대한 지지도도 문제여서 거취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총리가 합당은 없다고 못을 박긴 했지만 산너머 산인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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