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검발표 옷로비 전말

옷로비 의혹사건의 최병모(崔炳模) 특별검사팀이 20일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이 사건을 본체인 '포기한 옷로비'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본다.

98년 11월5일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로부터 밍크코트 2벌을 각각 3천500만원과 2천500만원에 구입했다.

고위층 부인과 친하다는 정씨의 환심을 사서 남편의 구명로비를 시도해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씨는 자신이 구입한 밍크코트 2벌 중 한벌을 대통령 부인에게 전해 달라고 정씨에게 청탁했다가 거절당한 데다 배씨 등을 통해 '최 회장이 구속될 수 있다'는 검찰 분위기를 전해듣게 되자 로비대상으로 당시 검찰총장 부인이던 연정희(延貞姬)씨를 정하고 정씨와 강인덕(康仁德) 당시 통일부 장관 부인이던 배정숙(裵貞淑)씨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배씨는 이씨로부터 '총장부인에게 남편의 선처를 부탁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12월16일 연씨와 김정길(金正吉) 당시 행자부 장관 부인 이은혜씨 등과 앙드레김, 페라가모, 나나부티크를 돌며 옷을 구입한 뒤 다음날 연씨의 옷가봉을 위해 앙드레김 의상실을 다시 찾았으며 연씨는 이때 동행했던 박시언 전 신동아부회장 부인 서모씨에게 "최회장이 빠르면 신정, 늦으면 구정 지나 구속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줬다.

배씨는 이날 이씨에게 연씨와 주고 받은 얘기를 전하면서 "연씨 등이 앙드레 김 등에서 2천200만원어치의 옷을 구입했다"며 옷값대납을 요구하는 듯한 말을 했으며 이씨는 남편 최 회장과 의논한 끝에 돈을 준비했다.

12월18일 배씨는 라스포사에 들러 정씨에게 "최 회장 해결건으로 고급손님을 모시고 올테니 물건을 준비하라"고 언질을 줬고 정씨는 이씨에게 전화로 "내일 연씨가 오면 밍크옷과 외제옷을 보여줄텐데 가격이 기천만원은 나올 것"이라며 옷값대납을암시했다.

그러나 하루전날 서씨로부터 남편의 구속방침을 전해들은 이씨는 로비포기를 결심하고 배씨와 정씨의 옷값대납 요구에 "액수가 지나치다"며 거부의사를 밝히고 배씨와 다퉜다.

다음날인 12월19일 배씨는 연씨,이은혜, 김아미씨, 작가 전옥경씨 등과 라스포사를 찾았으며 이때까지도 이씨의 옷값대납을 믿었던 라스포사 사장 정씨는 호피무늬 반코트 등 밍크코트 3벌을 준비해놓고 반코트를 연씨에게 공짜로 건넨뒤 12월21일이씨에게 전화로 옷값 대납을 독촉했으나 거절당했다.

반코트를 건네받은 연씨는 이듬해 1월5일 포천기도원 갈 때까지도 코트를 입고 다녔으나 1월8일 무렵 남편인 김 전 총장으로부터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투서가 다 들어가느냐"는 질책을 받고 놀라 황급히 코트를 라스포사에 반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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