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사는 삼황오제(三皇五帝)시대에서 하(夏) 상(商) 주(周)나라로 이어진다. 주지육림의 고사를 만들어낸 상나라의 걸왕이 주나라의 건국자인 무왕에게 패망하면서 고사리 캐먹은 백이 숙제 형제의 고사가 만들어졌다. 상나라 사람들은 주나라에게 먹힌 뒤 주로 상업에 종사했다 하여 장사꾼 즉 상인(商人)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로부터 수천년 뒤 조선이 건국되면서 신왕조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4민계급체제를 만들었다. 귀족계급인 사는 논외로 하고 농공상은 같은 서민 계급이었지만 그 서열이 달랐다. 농 아래에 공이 있었고 공 아래에 상이 있었다. 조선은 중농억상(重農抑商)을 국시로 하여 상업의 진흥을 노골적으로 억압하였다. 안정된 유교사회를 만드는데 상업이 장애요인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일의 성실한 대가를 구하기 보다 구변과 속임수로 남의 노력을 뜯어먹는 것처럼 비쳐진 상업이 부도덕한 업종으로 여겨진 탓이다.
##取利가 전 지구적 중심사고
상업적 취리(取利)를 풍속을 어지럽히는 행위로 간주한 조선의 사고는 호랑이 담배 먹던 옛날 옛적의 이야기다. 자본주의 세상이 되면서 취리는 정당한 경제활동의 성과로 인식 됐다. 한걸음 더 나아가 취리행위가 전지구적 중심사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국적 가치가 주도하는 세계화도 취리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상이다. 구리 돈에서 나오는 고약한 냄새라 하여 비웃는 의미로 쓰이는 동취(銅臭)가 20세기말 지구촌에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취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대됐다. 증권투자나 부동산투기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런 재테크 대열에 끼지 못하면 지진아 취급을 받는 세상이 돼버렸다. 이것은 화폐경제시대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사민계급(士民階級) 즉 지식층의 취리행위다. 공리를 우선해야할 사민들이 장사치나 다름 없는 이문챙기기에 나선다면 나라 꼴이 바로 설 수 없다. 굶어 죽어도 장삿길에 나서지 않는다는 사민계급의 현대적 자아관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권력상인, 정치상인, 검찰상인, 행정상인, 종교상인, 교육상인, 언론상인이 판을 치고 있다.
##장삿길에 나선 지식층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제 이문만 챙긴 것은 권력상인이다. 나라를 거꾸로 돌리면서 세비인상에 한통속이 된 것은 정치상인이다. 권력의 눈치만 보며 불의에 눈감는 것은 검찰상인이다. 국민이야 어떻게 되든 철밥통만 지키겠다는 것이 행정상인이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종교상인이다. 교직을 팔아먹고 대학 입시를 회쳐먹는 것이 교육상인이다. 국가와 민족보다 언론기업 살찌우기에 급급한 것이 언론상인이다.
아무리 취리의 시대라 하지만 누군가는 대본(大本) 즉, 생활의 표준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런 표준이 없기 때문에 국가 전체가 부평초 처럼 떠다니는게 세기말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흙탕 속에서는 정의가 피어날 수 없다. 대낮처럼 환한 불빛이 되어야 할 정의가 깜깜한 밤중 산골에서 나그네가 어렵게 발견하는 오두막 불빛처럼 희미하기만하다. 사민은 없고 상민만 넘쳐나는 시대에 시대정신이라는게 있을 수 없다. 문란한 사회질서, 타락한 성도덕, 가족제도의 붕괴, 사치와 교만, 이기주의가 이시대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런 탁류를 이끌고 있는 것이 오늘의 사민계급이다.
##사민계급 속 동취 씻어야
이제 열흘 뒤면 21세기다. 우리는 멀지않은 장래에 닥칠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임진왜란 이후 한 번도 극복해보지 못한 일본과의 국가 위상차이를 이 세기동안 뒤집어야 한다. 통일중국에 밀리지 않는 민족의 정체성과 국가 경제력을 유지해야 한다. 물밀 듯 밀려드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원동력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천년들에 화랑도가, 호국불교가 해냈던 일을 대신할 새로운 원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그를 통해 국기를 바로 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회정의를 뿌리내려야 한다. 사민계급 속의 상인들을 철저히 몰아내고 동취를 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새 천년에도 우리는 2류국가의 땟물을 벗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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