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거부권 검토 배경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홍대(金弘大) 법제처장으로부터 규제개혁 법안의 변질내용을 보고 받고, 국회심의과정에서 규제개혁의 취지가 훼손된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규제개혁에 반하는 집단이기주의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정기국회때 50개 규제개혁 법안의 본래 내용이 훼손돼 거부권 행사 일보직전까지 가는 파동을 겪었음에도, 올 정기국회에서 똑같은 사례가 재연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위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된 규제개혁 법안 가운데 모두 41건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3건은 미결법안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연령기준에 맞춰 성인영화 관람 연령을 19세로 올리려던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청소년 관람객 감소를 우려한 영화계의 반발에 밀려고교 3년생에 해당하는 18세로 환원된 채 국회를 통과했다.

또 약사 및 의사단체의 임의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및 의료법 개정안도의.약업계의 압력에 굴복, 관련 조항이 삭제된 채 통과돼 현행대로 약사회와 의사회만이 단체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식품위생법과 먹는 물 관리법 개정안이 집단급식소 조리사 의무고용제및 먹는 물 광고제한제도가 존치된 채 통과되는 등 국민체육진흥법, 온천법 등 10여건의 규제개혁법안이 불필요한 규제는 존속시키고 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폐지된 채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변호사법 개정안의 경우 당초 법무부안에 포함된 법조비리 내부고발자 보호조항과 복수 변호사단체 허용 조항을 삭제한 채로 법사위를 통과한 것을 비롯해 공인회계사법, 관세사법 등의 내용이 크게 변질된 채 본회의에 넘겨진 상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들 규제개혁 법안에 대한 전반적인 심사작업에 착수, 변질정도가 심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변질 통과된 규제개혁 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방침을 철회, 재개정하는 것으로 후퇴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실제거부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익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이들 변질 법안에 대해 정부가 실제 거부권 행사를 실행에 옮길수 있을 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헌법 53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법률거부권 행사는 국회가 정부에 법률공포를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법제처가 관계부처 장관의 의견을 물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거부권 행사가 결정되면 이유서를 달아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며 △국회는 이를 수정통과시키든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 그대로 확정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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