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엔 이견이 없지만 각론은 다를 수 있다"
21일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4시간 반동안 이어진 대검 간부들의 '마라톤 회의'는 이런 전제를 깔고 시작됐다.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길 건너 청사의 강신욱(姜信旭) 서울고검장과 임휘윤(任彙潤) 서울지검장에게도 '대검으로 건너오라'고 지시했다.
대검 참모진 뿐 아니라 일선 고.지검의 의견도 청취해 보겠다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였다.
바로 전까지 '우리사람'이었던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신병처리는 그만큼 검찰지휘부를 고뇌속에 빠뜨렸다.
서울지검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냉담한 회의부터 "이러다 또 틀어지면 정말 일 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까지 갖가지 반응이 뒤섞여 나왔다그러나 대검의 한 간부는 "증거판단의 차이는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렵고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지휘부의 고뇌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검 청사 8층. 박 총장 집무실 옆 소회의실에서 열린 회의는 바로 밑 7층에서 계단을 오르는 검사장들의 무거운 발걸음에서 그 심각함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4일 조직의 직전 총수였던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을 구속하기 전에도 같은 양식의 회의가 열렸었지만 이만큼 난감한 심정은 아니었다고 한 참석자는 토로했다.
그때는 "사건을 야기한 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공감속에 그다지 어렵잖게 결론에 도달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김 전 총장의 영장에 기재된 두번째 죄목인 공문서 변조 혐의를 놓고는 적잖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회의는 주임검사인 박만(朴滿) 대검 감찰1과장의 수사상황 브리핑으로 개시됐고 주재자인 박 총장은 중간중간 이의를 표시하는 참석자들의 견해를 물었다.
박 과장은 회의도중 두세차례 11층 조사실을 드나들며 수사팀의 견해를 다시 종합해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내용을 묻는 질문에 박 과장은 함구로 일관했지만 표정은 대체로 밝은 편이어서 수사팀의 견해가 대체로 먹혀들고 있음을 반증했다.
수사사령탑인 신광옥(辛光玉) 대검 중수부장은 "마치 교황이라도 선출하는 회의같다"며 "하나하나, 조목조목,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라며 장내 분위기를 전했다.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도 회의실에서 나와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은데"라며 중간 분위기를 비교적 평온하게 전했다.
그러나 회의도중 한때 영장으로 밀고가자는 강경론과 불구속기소 쪽으로 가자는 신중론이 격렬하게 부딪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론을 내세운 쪽은 "직접 증거가 없다","당사자들의 진술이 이렇게 심하게 엇갈린 사건에서 자칫 섣불리 판단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수사팀의 최종의견을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비서관의 혐의 중 이른바 '축소.은폐' 부분에서도 다소간의 논란이 일었고 사직동팀 내사기록을 빼냈다는 '공용서류 은닉'혐의에서는 '진술의 구체성'을 둘러싸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 우려했던 첨예한 갈등은 없었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뿐 아니고 검찰에서 처리한 사건 중 중요사건의 경우 총장이 참모진들의 의견을 청취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이견이 나올 수 있지만 그야말로 순수한 이견으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반영하기도 한다"며 '기우'를 버릴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를 바라본 검찰내부의 시각은 심상찮았던 게 사실이다.
한켠에서는 옷사건으로 사실상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또다시 설상가상으로 실타래가 얽혀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또다른 편에서는 지난 주말 사실상 검찰을 떠난 이종왕(李鍾旺) 수사기획관을 떠올리며 "내부갈등으로 더이상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간절함이 배어나왔다는 전언이다.
오후 7시20분. 이 기획관이 떠난 자리를 임시로 메우고 있는 차동민(車東旻) 대검 공보담당관이 총장실의 급한 부름을 받고 회의실로 올라갔다.
10분후 회의실을 황급히 빠져나온 차 공보관은 "청구하기로 했습니다"라는 한마디로 회의결론을 전했고 회의장을 빠져나온 간부들은 뒤늦은 저녁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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