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글 (가)는 사랑의 본질을 '소유'와 '존재'라는 상이한 두 가지 개념으로 분석한 글이고, 글 (나)는 맏아들의 진로를 두고 빚어진 한 가정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가)의 주장을 바탕으로 해서 (나)에 나타난 세 인물의 행동 양상을 비판하고, 이를 토대로 바람직한 가족 관계를 위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가) 사랑은 그것이 '소유' 양식에서 이야기되느냐, 아니면 '존재' 양식에서 이야기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사랑은 하나의 사물이어야 하며, 우리가 갖고, 점유하고, 소유할 수 있는 실체이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사랑'이라고 하는 사물은 없다. 사랑이란 추상 개념이며, 아마도 여신이며, 이방인(異邦人)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여신을 본 사람은 없다. 실제로 '사랑한다는 행위'만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것은 생산적인 능동성과 관련된다. 그것은 인물·나무·그림·관념을 존중하고 알며, 반응하고 확인하고 향유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생명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그의(그녀의, 그것의) 생명력을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자신을 갱신하고 자신을 증대시키는 하나의 과정이다.
사랑이 소유 양식에서 경험될 때 그것은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구속하고, 감금하고, 또는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생명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압박하고, 약화시키고, 질식시켜 죽이는 행위이다.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대개가 그들이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숨기기 위한 말의 오용(誤用)이다.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중에서
(나) 맏아들이 고등 학교 2학년이 되자 차츰 대학 입시 준비를 시켜야겠다고 벼르는데 느닷없이 이 녀석이 미술 대학을 가겠노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남편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어 했다.
"너는 상대를 가야 해. 그래야 은행이나 큰 기업체 취직을 바라보지. 뭐니 뭐니해도 생활 안정이 제일이니라. 봐라. 지금의 네 애비를. 무엇이 그릴 게 있나. 무엇이 걱정인가. 장차 버둥다리 치고 먹고살려고 하는 고생인데, 그래 그게 싫어 뭐 미술 대학이나 가겠어? 이런 못난 놈"
남편은 말끝마다 자기 스스로를 예로 들어가며 안정된 생활의 행복을 찬양하고 또 찬양하며 아들을 재촉했다.
"봐라. 지금의 네 애비를. 무엇이 그릴게 있나" 이 말을 할 때마다 남편의 입가에 떠오르는 득의와 회심의 미소가 나는 싫고 징그러워, 남편의 그런 미소가 형편없이 구겨질 일이 일어나기를 나는 옆에서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끝내 부자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들은 다소곳이 아버지의 말을 경청하더니 열심히 과외 공부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내부에서 별안간 힘찬 반란이 일어났다. '그것만은 안 돼. 그것만은 참을 수 없어. 그럴 수는 없어'
일찍 들어와서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연속극을 보면서 조청을 맛있게 먹는 게 남편인 건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게 장차의 내 아들인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나는 그 후에도 심심하면 "그럴 수는 없다"라고 혼자 도리질까지 해 가며 중얼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 '지렁이 울음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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