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가피해 기수 돌린듯

23일 새벽 런던 북부 스탠스테드공항 인근지역에 추락한 대한항공 화물기가 사고 직전 왼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2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영국 교통부 산하 항공사고조사반(AAIB)으로부터 사고현장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결과 사고기는 이륙후 고도 1천400피트(약 420m)에서 왼쪽으로 선회하던중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기의 기수는 활주로를 향하고 있다고 대한항공은 덧붙였다.

분당 3천~5천피트의 속도로 하늘을 향해 치솟는 항공기가 도중에 왼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왼쪽 선회가 추락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게봐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왼쪽으로 항공기를 틀었을 경우와 불가항력으로 항공기가 왼쪽으로 돌아갔을 경우를 추정하고 있다.

의도적인 선회라면 우선 조종사들이 인구밀집지역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수를 왼쪽으로 돌린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종사들이 스탠스테드공항 인근지역의 지형을 미리 숙지하고 있었다면 항로 진행방향과 오른쪽에 민가가 모여있는 홀링배리지역이 놓여있었고 왼쪽이 낮은 구릉지역인 해트필드숲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측은 운항규정에서 항공기 운항중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지상의 사람과 물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다하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사고기의 조종사들이 유사한 노력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긴급구난신호인 '메이데이콜'마저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조종사가 지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항공기 이상을 발견, 공항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는 분석도 있으나 고도 1천400피트처럼 낮은 고도에서 회항을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쩔 수 없이 항공기가 왼쪽으로 돌아간 경우라면 왼쪽 엔진에 뭔가 이상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영국 BBC가 보도한 목격자의 증언대로 엔진에 불이 붙어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했다면 왼쪽 엔진 이상으로 항공기가 선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들이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 관계자들은 그러나 상황을 추정하기 어려울 만큼 경우의 수가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섣불리 추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행경로기록장치(DFDR)를 조속히 회수해서 비행고도, 대기속도, 기수방위, 엔진의 추진력상황 등 각종 비행정보를 파악해봐야 왼쪽 선회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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