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숨은 사랑 있어 더욱 따스한 성탄절

◈봉덕시장 안영례씨

'과일가게 아주머니' 안영례(49·여)씨는 매일 평균 1만여원의 돈을 걸인에게 건넨다. 처음엔 100원이었다가 500원으로 바뀌더니 요즘엔 물가 상승에 맞춰 5천원도 선뜻 건네주고 있다.

지난 78년 대구시 남구 봉덕동 봉덕시장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하면서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인생복덕방'으로 통하는 안씨의 가게에는 말 그대로 온갖 사람들이 다 모여든다. 배고픈 사람들이 한푼 두푼 대가없이 받아가기 위해 찾아오거나 어려움을 호소하러 오지만 안씨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이들을 일일이 챙겨줘 4평 남짓한 그녀의 가게는 항상 사람들로 복닥거린다.

"왜 못줘. 저 사람보다 내가 나으니까 나한테 찾아오는 거야. 그걸 어떻게 못본체 해" 고정적으로 오는 걸인들의 숫자만 1주일에 4~5명. 주위에서 의타심만 키운다고 말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씨의 허리춤에 달린 전대는 열린다.

겨울이 다가오면 안씨는 매일 김치국밥 한 양동이를 준비해 둔다. 배고픈 사람이 올때마다 한 그릇씩 떠 건네주는데 올 겨울 들어 만든 김치국밥만 해도 수십 양동이는 된다.

밥굶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를 들은 지난해부터는 무료급식소를 찾아 나섰다. 대구시 남구 이천동의 한 무료급식소에 그녀는 매달 한 번씩 쌀 40㎏과 쇠고기 8㎏, 각종 부식거리 등 어림잡아 30여만원어치를 전달한다.

지난해 설에는 외환위기속에서 한 가장이 보증을 잘못서 살던 집을 날리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400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학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 집을 얻게 하기 위한 배려에서였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면 남도 돕겠다고 얘길 하지요. 그러나 그때는 늦어요. 잘살면 못사는 사람 사정을 잊거든. 여기 노점하는 할머니들도 불쌍한 사람보고 5천원을 내놓는 일이 많아요. 다 마음먹기 나름이죠"-崔敬喆기자

◈봉화산업 황재명 대표

어린시절 어렵게 생활한 한 50대 사업가가 5년째 복지시설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온정을 베풀고 있어 화제다.

경북 봉화군 봉화읍에서 벽돌공장을 운영하는 황재명(53·봉화산업대표)씨. 황씨는 지난 94년부터 주변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쌀 등 생활필수품과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삶의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황씨는 연간 수차례씩 독거노인들이 집단생활하고 있는 범들빌라와 봉화요양원 100여명의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인근 식당으로 초청, 가족들이 직접 준비한 떡과 음식 등을 대접하고 있다.

황씨와 부인 이점희(49)씨, 아들 성진(28)씨는 24일에도 150여만원의 사비를 들여 범들빌라와 봉화요양원 노인들과 봉화읍내 소년소녀가장 등 70여명을 초청,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황씨는 이밖에도 환경미화원과 어렵게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황씨는 "4살때 6·25전쟁으로 부모님들이 북한군에 의해 피랍돼 보름정도 산나물만 먹고 산 적이 있다"며 "벽돌공장을 운영해서 번 수익금의 일부를 반드시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IMF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벽돌 수요가 거의 없어 회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황씨는 "세상살이가 힘들수록 주변에는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이웃사랑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봉화·金振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