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집은 장 맛도 쓰다고 했다. 요즘 우리 꼴이다. 세기말의 괜한 흥분과 감격까지 겹쳐 말이 너무 세상을 덮고 있다. 말에는 세금이 없다더니 그래서 일까.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 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너무 거칠어 지고 있다. 아니면 거친 말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말 중에도 뼈가 톡 튀어 나오는것이 정치구호다. 지난 56년 제3대 대통령선거 때 신익희후보는 당시의 독재를 직설적으로 가리키며 '못살겠다 갈아보자'로 절규했다. 벌써 15대를 이어오면서 오늘의 정치마당까지 쏟아진 말들은 하늘의 별보다 적지 않다. YS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준비된 대통령'의 DJ 또한 '마녀사냥'으로 큰 소리 쳤지만 '국민의 정부에는 국민이 없다'는 말에는 할 말을 잊는다. 유신독재가 막을 내렸을 때는 '형님, 나는 한다면 합니다'가 온 국민의 가슴을 섬뜩하게 하더니 광주 청문회를 마칠 때 쯤에는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다친다'는 협박이 또 새 가슴들을 쓸었다. '이 사람 믿어 주세요'의 결과가 감옥행 이었고 전직 대통령들이 '주막 강아지'와 '골목 강아지'를 몰고 나왔다. JP도 질세라 '내각제 개헌 약속지켜지지 않으면 몽니 부릴것'이라고 했지만 몽니가 기껏 잦은 외유였을까.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은 촌철살인이다. 최근들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말들도 만만찮다. 양주는 너무 독해 맥주와 섞어 마신 결과는 어떤가. 현정부는 초보운전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무면허 운전이고 지금은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경에 맹세한 옷사건의 여인들이 남긴 말들도 기록적이다. '비 올 때는 우산을 써라'고 충고까지 해가며 남긴 일화들이 오늘의 세태다. 정말 우리에게 말이란 무엇일까. 하이네는 '룸펜근성'이라는 시에서 '듣기 좋은 말은 아직도 무료'라고 노래했다. 노자도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미덥지가 않다'고 했지만 요즘 시대에 얼마나 먹혀 들지 의문이다. 영국의 지성 엘리엇은 '말에도 날개는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곳으로 날아 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어디로 날아 가고 있는 것일까.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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