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은행 외국인 경영시대 개막

제일은행이 해외매각을 계기로 은행장은 물론 여신·재무·전산담당 등 핵심 임원을 외국인이 맡는 외국계 은행으로 탈바꿈함에 따라 국내 금융계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속에 휩싸일 수 밖에 없게됐다. 이와함께 우리는 한보와. 기아의 주거래은행으로 환란을 가져온 원인에 큰몫을 했고 그로인한 부실에 무려 7조27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서도 미국 뉴브리지캐피털그룹에 헐값으로 경영권을 넘겨준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지않을 수 없다. 그러나 환란(換亂) 이후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주요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국영화함으로써 관치금융이 강화된 현실에서 외국계은행으로 새출발하는 제일은행의 업무활동은 우리 금융계에 위기감과 함께 기회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제일은행이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에서 주가만 올려 놓고 팔고나가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구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신임 일본계 미국인 월프레드 호리 은행장이 외국 전문경영인 영입으로 선도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인데 기대감을 가지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의 진입은 이미 외환은행에 독일 코메르츠 방크가 대주주로 발을 들여놓긴 했어도 아직 그렇게 큰 변화의 바람은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외환은행과는 달리 완전히 외국계가 경영을 주도하는 은행으로 출발하는 만큼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우리 금융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제일은행 외에도 역시 해외매각을 추진해왔던 서울은행마저 내년에 외국은행에 위탁경영을 맡기게돼 우리금융시장은 외국계 은행과의 본격적 경쟁시대에 돌입된다. 막강한 자금력과 선진경영기법으로 무장하고 향후 2~3년간 발생하는 부실채권과 추가대손충당금을 공적자금에서 지원받으면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하게될 외국계 은행은 토종은행들에게는 어려운 경쟁상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도 성공할 수 있어야하고 토종은행들도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변신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국제수준의 은행으로 태어나야하는 것이다.

제일은행의 변신을 계기로 국내금융기관들이 환골탈퇴하는 구조조정을 실천에 옮겨야함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도 금융기관의 여신이나 인사에 간섭하는 관치금융의 타성을 완전히 벗어나야한다. 또한 국내은행이 외국계 은행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않고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하는 것이다.

지금도 금융권에는 권력의 금융간섭이 금융자율과 구조조정을 어렵게한다는 여론이 무성하다. 정부·금융권·재계가 함께 자세를 가다듬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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