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젊은 작가들의 역사 소설이 나란히 선을 보여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성작가들의 소설쓰기 여파로 일상과 내면의 세밀한 관찰, 감각만이 소설속에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야깃거리를 통한 사유'와 '인물과 역사의식' 등 소설의 본령을 되찾고자 하는 젊은 남성작가들의 '물길 돌리기' 의도를 이들 소설에서 읽어낼 수 있다. 특히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포괄적 시선과 다양한 상상력을 교직(交織)해가는 젊은 작가들의 지향점과 역량을 감지해낼 수 있다.
눈길이 가는 소설은 김탁환씨의 장편 '허균, 최후의 19일'(전 2권.푸른숲 펴냄)과 박영규씨의 대하역사소설 '후삼국기'(전 5권.들녘 펴냄). '변혁의 혼돈'과 '진보의 진통'이라는 20세기말 시대 상황과 맞물려 비록 허구의 공간이지만 역사의 거울속에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낸 점이 이들 소설의 공통점.
'허균, 최후의 19일'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마지막 삶을 그린 지식인 소설. 조선중엽 시인이자 문장가로, 탁월한 정치가이자 외교관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수차례 삭탈관직당하는 반항아 기질과 급기야 반역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능지처참당한 허균의 전방위적 삶을 조명하고 있다.
소설은 허균.박치의 등 혁명을 통해 역사의 탈바꿈을 도모하는 17세기초 지식인들의 꿈과 배신, 좌절을 담아낸다. 작가는 비록 실패한 삶이지만 비장한 최후를 맞는 허균과 그 주변인물들의 삶을 통해 변화의 소용돌이에 떠밀려가는 이 시대 지식인들의 삶과 지식인 사회의 풍경을 반성하고 있다.
박영규씨의 '후삼국기'는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후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견훤과 궁예, 왕건 등 영웅들의 면모를 복원하고 새롭게 조명한 소설. "중국의 '삼국지연의'나 일본의 '대망'과 같은 뛰어난 전쟁소설을 한 편 남기겠다"는게 이 소설의 집필배경이다.
작가 박씨는 후삼국시대와 고려시대로 이어지는 묻혀진 역사를 허구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불멸의 영웅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전쟁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있다. 사료를 바탕으로 후삼국시대의 인물들을 면밀히 살피고 연구해 잘 알려진 인물들은 물론 미처 알지 못했던 무수한 영웅들을 찾아 그들의 삶을 부활시켰다. 몇몇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물소설의 범주에서 벗어나 시대 자체를 담아낸 소설이라는 점이 '후삼국기'의 가장 큰 특징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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