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천년을 맞이하면서 미래세계에 대한 전망이 요란하다.
정치분야에서는 세계화시대의 완성으로 민족국가는 사라지고 세계정부가 출범, 전쟁없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경제계는 인터넷경제시대가 열려 미국에서 TV를 보며 안방에 앉아 이집트의 골동품을 경매하는 행복한 경제생활을 누릴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생명과학은 유전자지도의 완성으로 암같은 난치병을 포함한 모든 질병은 컴퓨터가 개인의 체질에 맞춰 제조한 약을 입에 넣기만 하면 치유돼 2100년쯤엔 평균수명이 200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 우리는 왜 불안해 하나
참으로 신나고 살맛나는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지금 현재 우리는 왜 불안해 하고 있는가. 급변하며 다가올 미래세계에 적응하지 못할까 두려워서 일까, 아니면 저들이 설계한 미래세계를 또 한세기 허겁지겁 따라가야 하는 것이 걱정이 돼서일까.
오늘날 현대세계를 보는 인문학적 시각에는 두개의 큰 흐름이 있다.
하나는 제3세계 등 후진국의 시각으로 유럽문명권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지배체제가 제 수명을 다하고 종말을 고하고 있기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중세기때 주변부였다가 근대화에 성공해 현재의 중심부가 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강대국들의 시각으로 현체제에 이상징후가 있다하더라도 확실한 대안이 없으므로 기존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다음 시대에도 이들 선진강대국의 개량주의가 기득권을 행세하며 여전히 세계를 일방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주도해온 근대화의 결과가 몰고온 다른 문명권의 문화파괴, 지구환경파괴를 비롯 가족파괴 남북빈부격차심화 등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죄과 때문에 체제비판론자들의 반격이 갈수록 드세지고 있다. 무정부주의자 그룹을 비롯한 소수집단들의 반대시위로 미국 시애틀 WTO회의가 무산된 것도 선진강대국의 일방적 개량주의가 한계를 드러낸 징표이다.
◈선진 강대국 개량주의 한계
근대화시기 초 일제의 침략을 받아 근대화의 피해자이며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은 당연히 체제비판론 쪽에 서있고, 그 흐름에 앞장서야 할 임무가 있다고 본다면 새천년을 앞두고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해소는 주변부 국가의 시각을 주도적 흐름으로 역전시킴으로써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역전을 학문적으로 주도할 것을 선언하고 이를 이룩해 나가고 있는 국학자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은 불안한 세기말 한가닥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국문학자 조동일 교수(서울대). 그는 현대문명의 위기는 유럽문명권에서 주도해 만들어낸 자연과학위주의 근대학문이 파탄지경에 다다르게 된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중세기 우리선조를 비롯한 동아시아인들의 학문방법이었던 '통찰'(通察)을 되살려 이를 서양의 과학과 접목해 새로운 인문학론을 세움으로써 세계사적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다. 조교수는 이제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지 않고 물량적인 사고가 삶의 질을 훼손하지 않으며 국가나 기업의 경쟁이 인류의 화합을 해치지 않는 방도를 연구할 때이며, 이러한 학문은 근대화의 선진인 나라보다 후진인 나라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세계의 석학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생극론' 새 인문학론에 기대
조교수는 새로운 학문의 실제작업으로 우리 국문학에서 출발 동아시아비교문학을 거쳐 현재 세계문학사 이해의 이론정립에 몰두하고 있는데 집필 계획 10권 중 지금까지 7권을 출간하고, 나머지 3권을 2000년 첫해부터 매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조교수의 세계문명창조 이론인 '생극론'(生克論)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세계의 철학사와 문학사''세계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과 그 생극론을 바탕으로 실제로 써보일 '세계문학사의 전개'가 뉴밀레니엄 벽두에 출간된다는 사실은 그의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의미있는 일 일수가 없다. 거기에는 조교수가 다른 여러 저서에서 이미 밝혔듯이 지금의 후진이 선진이 되고 선진이 후진이 되는 원리를 우리의 주체적 시각에서 논증할 뿐아니라 세계문학사 서술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좋은책을 읽는 즐거움에는 윤택한 경제적 삶 못지 않은 기쁨이 있다. 북부지역본부장 崔鍾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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