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 대화합… 새 천년 맞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9일 발표한 '20세기 송년 특별담화'는 한 세기를 마감하고 또다른 한 세기를 맞이하는 역사적 순간에 서서 민족의 저력을 상기시키면서 '국민 대화합'을 역설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김 대통령은 한 세기의 교훈을 되새기고 희망의 새 천년을 맞기 위한 다짐으로 담화를 시작했다. 우선 일제시대, 분단, 경제건설과 민주화, IMF외환위기를 언급하면서 "지난 20세기는 우리 역사에서 오욕과 영광, 좌절과 성취가 교차한 참으로 파란만장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IMF외환위기의 극복은 국민의 합심협력으로 가능했다"면서 "대통령선거에서 저를 찍어주지 않았던 유권자들, 심지어 제가 당선되면 이민가겠다고 말하던 분들까지 희생을 감내해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새 천년을 맞기에 앞서 우리는 각자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과오에 대하여 속죄하고 과감히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면서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남녀간, 여야간의 화해와 화합은 새 천년을 열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한 뒤 화해와 화합의 구체적인 조치로 100만명이나 해당되는 대규모 가석방 및 가출소, 여야 정쟁지양의 뜻을 밝혔다.

첫째 소외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배려 차원에서 대규모의 가석방과 가출소, 보호관찰의 해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IMF체제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로 금융거래상 제재를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중에 따라 재판을 완화하거나 해제하겠으며 담합 등 잘못된 관행으로 각종 행정제재를 받고 있는 건설관련업체 및 건설기술자들에게도 제약을 풀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생계형 범죄로 기소중지가 된 사람에 대해서도 자수를 유도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큰 정치의 실현에 힘쓸 것을 천명했다. 김 대통령은 "이제는 여야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화합하고 협력하는 큰 정치를 열어가야 한다"면서"특히 문제가 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관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각종 고소·고발사건, 정형근 의원, 세풍사건 등을 전향적인 자세에 입각,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말미에 "지우지 못한 앙금이나 감정이 남아 있다면 20세기를 보내면서 다 훌훌 털어버리자"면서 "5천년 역사를 이어오며 지난 한 세기의 격량을 슬기롭게 헤쳐 온 우리 민족에게 새 천년의 시작은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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