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YS 회고록 공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30일 공개됐다. 원고지 약 3천600여쪽 분량의 이 회고록은 내년 1월 중순 2, 3권으로 나누어 출간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회고록을 집필, 출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8년 9월부터 전적으로 김 전 대통령이 기억을 더듬어 구술하는 내용을 비서진이 받아 적어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집필된 이 회고록은 김 전 대통령이 어린시절부터 93년 2월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65년간을 정리한 것으로 지난 10월 완성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 회고록에서 자신의 민주화투쟁 경력을 부각시킨 반면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물론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신랄한 독설과 비판으로 일관했다. 김 전 대통령은 6.29선언, 87년 후보단일화 실패, 3당 합당 등에 대해서도 아전인수식 평가와 후일담을 쏟아 놓았다.

주요 사건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회고 내용이다.

▲박정희와의 대좌75년 5월 21일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서 단독 대좌했다. 나는 74년 숨진 육영수 여사에 대한 위로의 뜻을 표했다.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민주주의를 하자. 대통령 직접선거를 하자"고 했더니 박정희는 "김 총재 나 욕심없습니다. 집사람은 공산당 총 맞아 죽고 이런 절간 같은데서 오래 할 생각없습니다. 민주주의하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박정희가 울지만 않았다면 더 추궁을 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박정희는 "이 이야기는 절대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했다.

▲83년 단식투쟁83년 광주사태 3주년을 맞은 5월18일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10일째 되는 날 민정당 사무총장이던 권익현이 찾아와 전두환의 말을 전했다. 단식을 끝내고 건강이 회복되면 나를 해외에 보내고 생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저들은 불고기.생선 등 맛있는 음식상을 내 병상 앞에 갖다 놓고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12일째 권익현이 다시 찾아와 출국을 권유했다. 내가 "나를 해외로 내보낼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나를 시체로 만들어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말하자 그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김대중과의 관계80년 당시 김대중은 당시 유일한 수권야당인 신민당을 분열시켜 민주화의 전열을 약화시켰고 결국 국민과 자신에게도 불행을 초래했다. 군부 쿠데타를 막기 위해서도 김대중과 나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김대중을 설득했다. 87년에도 비슷했다. 9월29일 나는 김대중에게 후보를 양보할 것을 권했으나 그는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 김대중 측은 출마 구실로 '4자필승론'까지 들고 나왔다. 지역감정을 선거의 기본전략으로 삼겠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었다.

▲90년 3당 합당89년 소련 방문 직후 노태우에게 정국안정을 위해 정책연합이 아니라 합당을 해야 한다고 말해 준 적이 있다. 그는 합당을 상상하지 못한 듯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90년 1월12일 노태우와의 회동에서 그는 정책연합을 제의했지만 나는 "국민의 불안을 없애려면 민정당 간판을 내리고 신당으로 합당하는 방법 뿐이다"고 거듭 말했다. 고심 끝에 민정당과의 합당을 결심했지만 새벽에 눈을 뜨면 다시 마음이 바뀌기를 거듭했다. 1월22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에서 노태우, 김종필과 함께 9시간의 마라톤회담 끝에 3당 합당을 발표했다.

▲노태우와의 담판합당 이후 당내 계파투쟁을 수습하기 위해 90년 4월 17일 김종필의 주선으로 청와대에서 4자(노태우.자신.김종필.박태준)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놈의 자식들. 내가 대통령에 미친 줄 아나. 나 대통령 안해. 이 군인 부스러기들아. 너희가 그런 음모로 나를 매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극한 용어를 써가며 이들을 공격했으며, 이에 대해 노태우는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발뺌했다.

▲기타6.29선언 내용은 그 5일전 전두환과의 영수회담에서 내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나열한 것이다. 89년 소련방문 때 만난 허담 북한조평통위원장이 "제가 타고 온 특별기로 당장 평양에 갑시다. 김일성 주석이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제의했으나 거절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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