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연휴 극장가

새해 연휴 극장가는 특별하게 튀는 장르 없이 고른 편이다.

'박하사탕'같은 짙은 리얼리즘영화가 있는가 하면 '해피 엔드'처럼 에로틱한 멜로에 '토이 스토리' '본 콜렉터' '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 '007 언리미티드'등 여러 장르의 영화들이 고루 '진열'돼 있다.

지난 11일 개봉된 전도연 최민식주연의 '해피 엔드'는 개봉 3주를 넘겼지만 전도연의 대담한 섹스신이 화제가 돼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람기를 잠재우지 못하던 '애마부인'류와 달리 디테일한 상황묘사, 깔끔한 구성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007 언리미티드'는 액션물 취향의 관객들을 만족시켜주는 유일한 액션물. 처음부터 쏟아붓는 액션이 007 영화의 진가를 보여준다. 성숙할대로 성숙한 소피 마르소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뜬금없이 엄동설한에 공포영화가 뭐야!"라는 반응을 뒤엎는 '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 방학을 맞은 여고생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지털 기술 못지 않게 교훈적인 스토리로 무장한 '토이 스토리'는 사랑받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해피 엔드가 아이들의 정서를 다독거려주는 애니메이션. 섬세한 모발과 피부 등에 대한 묘사들이 전편에 비해 훨씬 정교해졌다. 치밀한 시나리오가 '1편보다 나은 2편 없다'는 속설을 뒤집는다.

◈◈ '박하사탕'

'초록물고기'로 한국 영화계를 놀라게 한 이창동 감독의 두번째 영화. 완전히 바스러져 버린 한 인간이 첫사랑의 꿈을 찾아나서는 긴 여행 이야기다.

영화는 영호(설경구)가 1999년 봄 구로공단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의 야유회에서 달려오는 기차 앞에서 "돌아가고 싶다"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악독했던 학원 사찰 형사, 광주항쟁 진압 군인, 구로공단 노동자의 인생 역정을 거꾸로 훑어가면서 잃어버린 꿈을 이야기 한다. 시간을 거슬러 가며 한 인간과 울퉁불퉁했던 한국 현대사를 엮어가는 솜씨며, 차분하게 풀어가는 절제력에다 스크린에 묻어나는 메시지 등 감독의 연출력이 압권이다. 신인 연기자 설경구의 '신들린 듯한' 연기도 일품이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수작이다.

이 감독은 "시간을 역류해서 과거로 돌아가 한국인들은 어떤 시간을 거쳐왔는지,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찾아가 보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궤적을 되돌아 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본 콜렉터'

'뼈 수집가'라는 원제처럼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 뉴욕의 법의학 전문 형사 링컨(덴젤 워싱턴)은 예리한 통찰력과 직감으로 어려운 사건을 수없이 해결한 전설적인 범죄학자. 그러나 지금은 손가락 하나 겨우 움직이는 반신불구가 됐다. 여경관 도나위(안젤리나 졸리)는 인적이 후미진 기찻길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변시체를 발견한다. 범인은 일부러 알 수없는 암호와 사건의 실마리를 남긴다.

수사팀은 대단치 않은 사건으로 규정짓는다. 그러나 시체 곳곳에서 발견된 상흔과 현장 사진을 검토한 링컨은 묘한 흥미를 느끼고 수사에 적극적인 도나위와 함께 미궁의 사건을 추적한다.

잘 짜여진 퍼즐게임같은 이야기 구도가 서스펜스와 스릴을 자극한다. 지적인 이미지의 흑인 형사와 개성있는 외모의 여형사간에 오가는 애정도 흥밋거리. 감독은 '긴급명령''패트리어트 게임'의 필립 노이스.

◈◈'애나 앤드 킹'

19세기말 태국에서 실제 있었던 영국인 가정교사 애나와 사이암 국왕과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로맨틱 어드벤처. 율 브리너주연의 '왕과 나'등 영화와 뮤지컬, 연극으로 여러차례 소개된 바 있다.

사이암왕국의 뭉쿠트 국왕(주윤발)은 자녀들에게 서구 교육을 시킬 목적으로 영국의 미망인 애나(조디 포스터)를 가정 교사로 초청한다. 아들을 데리고 사이암왕국에 도착한 애나는 58명이나 되는 왕의 자녀를 가르치면서 고집센 뭉쿠트국왕과 사사건건 의견충돌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현명함과 인간미를 발견한다.

한편 열강들의 제국주의 야욕이 사이암왕국까지 밀어닥치고, 뭉쿠트국왕은 위기에 처한다. 프랑스를 등에 업은 알락장군이 왕을 폐위하고 새왕조를 일으키겠다는 야욕으로 궁궐로 진격해 온 것이다. 사이암을 떠나기로 한 애나는 왕을 도우기로 결심하는데….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 배우 조디 포스터와 주윤발이 문화의 차이와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낭만적인 사랑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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