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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28차 문제

고정관념의 허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뒤집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악하고 심술궂다고 배웠다. 그런데 반드시 그러할까? 제시문 (가)와 (나)를 참고하여 현실적 관점에서 놀부와 흥부를 옹호 혹은 비판하는 내용을 논술하여 보라.

(가) 경상·전라도 경계에 형제가 살았는데 형 놀부는 심술이 사납고 아우 흥부는 효행이 지극하고 우애가 독실하였다. 부모가 죽은 뒤 놀부는 아내와 짜고 재산을 분배하지 않고 흥부를 내쫓았다. 흥부는 처자를 데리고 나와 노상에서 방황하다가 겨우 언덕에다 움집을 지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처자가 굶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흥부는 형의 집을 찾아갔으나 형에게 매맞고 형수에게 밥주걱으로 얻어맞으며 내쫓기었다. 집에 와서는 아내에게 형에게서 받은 재물을 도둑에게 털리었다고 변명하였다. 그 후에도 어려운 생활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흥부는 고을 이방에게 찾아가서 죄인 대신 매를 맞고 30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짚신을 삼아 끼니를 이어가던 중에 봄이 왔다. 흥부 집 처마에 제비가 날아와 새끼를 낳아 기르던 중 제비 새끼가 뱀에게 쫓겨 떨어져 발목을 다쳤다. 흥부는 다친 제비 새끼를 구해주고 박씨를 얻어 심었다. 흥부는 이를 잘 심어 달린 박을 타서 부자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안 놀부는 시기심이 나서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박씨를 물고오게 하였다. 제비왕은 이에 대로하여 복수의 박씨를 갖다주도록 하였다. 놀부도 박씨를 심고 가을을 기다려 박을 켜니 재앙과 고통이 내렸다. 놀부는 재산을 탕진하고 동네에서 따돌림을 받아 과거 동생을 박대한 일을 뉘우치고 사죄하였다. 착한 흥부는 형의 허물을 덮어주고 한 집에서 우애롭게 행복하게 잘 살았다. 신재효, '박타령'의 줄거리 요약

(나) 세상 사람 들어 보소. '흥부뎐' 자초지종이 이러한데 야속할 손 세상 인심이요, 괘씸할 손 광대 글쟁이 솜씨더라. 있는 말 없는 말에 꼬리를 달아 원통한 귀신을 매섭게 몰아치고 웃으며 짓밟더라.

세상 일에 속에는 속이 있고 곡절 뒤에 곡절인데, 겉 보고 속 보지 않으니 제가 저를 속이며 소경이 제 닭치고 동리 굿에 춤을 춘다.

강남 제비 박씨 받아 흥부가 치부했다니 이 아니 기막힌가. 어느 세상에 가난한 놈 박씨 물어다 주는 복제비 있다던가. 왜제비 양제비가 너희를 살리더냐, 청제비 노제비가 너희를 살리더냐. 제비 좋아하네. 제비를 기다리다, 밭갈기를 잊었으며 씨뿌리기 잊었구나. 사람이 못하는 일 날짐승이 무슨 소용이랴. 너희들 병통이 골수에 맺혔으니 이 모두 뉘 탓인가. 네 탓 네 할애비 탓이로다.

눈 속이는 허깨비 강남 제비 미워서 보는 대로 붙잡아서 다리 똑똑 분질러서 세상 인심 혁파하려 무진 애를 썼으되 이웃이 몽매하고 양반 놈들 안목 없고 삼공 육경에서 향청 벼슬아치가 겨루기가 도둑질이요 뽐내기가 헐뜯기로 암흑 세상 살던 인생 원한이 하도 하오.... 최인훈,'놀부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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