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평화롭고 자손들이 바른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1897년생이니 새천년을 맞아 103살인 고근례(대구시 북구 읍내동 공작한양아파트) 할머니. 90여년 동안 매일 거른 적이 없는 기도였지만 새천년이 밝아오는 올해 그의 기도는 더욱 뜻깊다.
경북 구미시 산동면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고할머니는 19세에 남편과 결혼한 후 슬하에 8남매를 뒀다.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먼저 세상을 떴지만 현재 고손자까지 포함해 70명의 자손을 두고 있다. 명절에 한 집에서 모여 식사를 함께 하기가 어려울 정도.
넉넉치 않은 살림에다 남편이 독립운동을 한다며 만주, 일본 등을 떠돌아 다니는 바람에 할머니의 지난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농사일에서부터 시장 행상을하는 등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할머니는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왔다.
할머니는 백여 성상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며 부지런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예배를 보고 오전 10시면 아파트내 경로당에서 오후 늦게까지 자식 또래의 손아래 노인들에게 성경과 찬송가도 가르쳐 주며 시간을 보낸다. 소녀시절 이웃어른께 한학을 배웠고 1년 동안 집을 떠나 교회 부설학교에서 공부를 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의가 강했던 할머니는 요즘도 하루 2~3시간씩 성경과 명심보감을 읽고 쓴다.
할머니는 남자로 태어났으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제시대엔 태극기를 옷장에 숨겨 두고 한번씩 꺼내 애국가를 숨죽여 부르고 독립을 기도했으며 요즘도 가족들에게 '애국정신'을 가르친다. 군복무 중인 손자에게 보낸 편지에도 나라에 충성하고 상관에게 복종하라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할머니에게 있어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친하게 지내던 이웃 노인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 보내는 일이다. 그럴때마다 사람 사귀기가 더욱 힘들어진다고 한다.
자신의 평안보다 나라와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고할머니의 삶은 화합과 상생이 요구되는 21세기의 귀감이 되고 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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