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하사탕'설경구-'노랑머리'이재은

▨엔터테이너(연예인)의 생명은 '끼'다.'끼'가 사라지면 카리스마도 사라지고, 그의 실명(實名)마저 사라진다. 한국에는 '끼' 많은 엔터테이너가 많다. 그러나 스타시스템에 의해 인공적으로 생산된 경우도 많다.

'끼'는 천성적인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새내기에서 뿜어져 나오면 우리는 그들을 주목한다.

2000년 새해 첫날. 우리를 놀라게 할 배우 하나가 찾아온다. '박하사탕'의 설경구(33). 그에게 '새내기'를 붙이는 것은 무리가 없지 않다. 이미 지난 95년 장선우감독의 '꽃잎'으로 데뷔했으며, '러브스토리','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거쳐 99년에만도 '유령''송어''박하사탕''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등 4편에나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흙 속에 묻혀 있다 갓 나온 진주이기에 그를 주저없이 '2000년 유망 신인배우'에 넣는다.

'박하사탕'에서 설경구는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마흔살의 망가진 사내에서 풋풋한 스무살로 돌아가는 20년의 시간폭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촬영을 끝내고 영화를 봤을 때 촬영 당시 고생한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크린에 데뷔하기 전까지 93년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 연극무대에서 활동했다.

평범한 외모, 미미한 연기 경력. 그에게 '박하사탕'의 김영호는 너무나 복잡한 캐릭터였다. "상상력을 직접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납득이 가지 않아 이창동감독을 따라다니며 설명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국내외 영화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겨우 70점을 매긴다. "카메라 안에서 거짓말 안 하려고, 가짜란 말 안 들으려고 노력했다"는 말에서 연기자 다운 자세를 엿본다. 설경구는 이달 10일부터 촬영에 들어갈 '단적비연','은행나무 침대 2'에 출연할 예정이다.

▨'노랑머리'의 유나, '세기말'의 소령. 일곱살때 TV 드라마 '토지'에서 어린 서희를 연기한 이후 차곡 차곡 연기 경륜을 쌓아온 이재은(20)에게 1999년은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된다.

이재은은 유나로 어린티를 말끔히 벗은 성인연기자로 주목받았고, 찌든 집안 살림으로 원조교제하는 소령역으로 가슴 짓누르는 여운을 관객들에게 던져주었다.

"이제 다 컸네, 하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이젠 그 소리도 더 이상 안듣고 싶어요"

아역배우출신으로는 파격이라 할 과감한 노출. 한국 여배우들에게서 사라진 이 덕목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연기자라면, 작품이 원한다면 자신을 숨기지 말아야 된다고 봐요" 이재은은 최근 뮤지컬('황구도')에서 노래연기에 푹 빠져 있다. "자신있어요. 연기는 전문분야고, 멜로, 코미디 다해야죠. TV도 맘에 들면 할거구요"'세기말'의 송능한 감독은 2000년대 이재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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