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0년 매일신춘문예 시·시조당선작-시조

◈마지막 유배지-옥영숙

요양소 창살너머 처음 본 풍경은

잘 익은 밀 이삭이 황금바다에 고개 숙여

밀밭은 사자의 갈기로 떠도는 섬을 휘감았다

사이프러스는 촛불처럼 어둔 하늘을 뚫고

바람과 투쟁하는 목선을 띄운다

한치 밖 세상을 보며 죽음을 감지하고

산과 하늘 나무사이로 침묵하는 얼굴들

목마른 강물 한줄기 끌지오지 못한 채

지난날 소용돌이치던 야윈 세월을 포옹했다

그리움과 노여움이 부딪히는 햇살에

이 시간 가고나서 한 세월 밀려오면

고단한 삶을 씻어내고 쪽빛바다와 만나야지

해초처럼 파도에 밀려온 유배지에서

태어남도 죽음도 자유롭게 투망질하며

내 생을 노략질하던 항해에 돛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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