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안섬유 김성택 사장

IMF 여파에 신음하는 보통 사람들의 고통이 여전했던 99년. 유난스러웠던 한 해를 보내며 김성택(4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숨가빴던 시기를 조용히 되돌아본다.

연봉 5천만원, 34평 아파트에 가끔 골프를 즐길 정도로 잘 나가던 은행원이었던 김씨는 구조조정 회오리 속에 직장을 떠났다. 98년 몸담았던 대동은행이 흔들리자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 위해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꼭 이뤄보고 싶었던 창업의 기회가 왔으나 고통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닥쳤다. 34평 아파트는 보증금 500만원의 사글세 주택으로 변했고 통장잔고는 마이너스 선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좌절하기는 일렀다.

경영을 배우기 위해 부도난 원사기계 제조업체의 간부로 취업한 김씨는 1년여만에 회사를 정상화시켰고 지난해 6월 바로 옆 부지에 '대안섬유'를 설립, 홀로서기에 나섰다.

남은 전재산을 투자한 김씨는 창업 초기 공장 숙소에서 생활하며 손수 조립식 건물을 짓고 직접 기계를 조립하는 등 밤낮없이 뛰었다. 아내에게 줄 생활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직원들과 함께 자금을 메꾸고 거래처를 확보하느라 동분서주한지 두달 여. 적자가 흑자로 돌아서는 기쁨을 맛보면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요즘엔 6명의 직원이 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할 만큼 주문이 쏟아지고 있으며 내년에는 해외수출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 순간 나락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는 퇴직 1년반만에 월 매출 2천500여만원의 쏠쏠한 중소기업 사장이 됐으며 오는 1월 공장증설도 준비하고 있다.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올 한해는 저에게 시련 못지 않게 이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르쳐줬습니다" 새천년을 맞는 김씨의 얼굴엔 여유로운 웃음이 맴돌고 있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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